13일 국내 증시는 약세로 출발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이어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장기화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간밤 브렌트유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도 전쟁 여파에 줄줄이 밀렸다. 힘 못 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전날 코스피는 0.48% 하락한 5,583.25에 거래를 마쳤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네 마녀의 날')을 맞아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지속되며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상장주 2조38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를 받아간건 대부분이 개인이었다. 개임들은 2조22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77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지수 하락폭이 크진 않았지만, 대형주 위주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성과 체감은 더 약세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증시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반도체업종 주가가 힘을 못써서다. 양대 대형주 삼성전자(-1.11%)와 SK하이닉스(-2.62%)가 동반 하락했다.
반면 태양광(+6.14%), 의료서비스(+5.34%), 상사(+4.23%), 통신장비(+4.09%), 건설(+3.10%)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태양광 업종에선 HD현대에너지솔루션(+24.48%)이 급등했다. 통신장비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최근 주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증시 3대지수 전부 하락…'국장 세 배' 미 ETF 18% 내려국내 증시 풍향계 격인 뉴욕증시는 전날 주요 지수가 모두 1.5% 이상 밀렸다. 유가 급등세와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 와중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하자 투심이 얼어붙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39.42포인트(1.56%) 내린 46,677.85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최저치다.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03.18포인트(1.52%) 내린 6,672.62이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04.16포인트(1.78%) 내린 22,311.979에 마감했다.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43% 내렸다. 테슬라가 3.14%, 메타
가 2.55% 미끄러졌고, 애플과 알파벳, 엔비디아도 2% 가까이 떨어졌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1.47%, 0.75%씩 밀렸다.
미국에 상장된 한국 증시 투자 ETF도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상장 ETF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아이셰어즈 MSCI 한국’(EWY)는 6.29% 하락했다. 이 ETF는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삼성전자(28.72%), SK하이닉스(19.73%), 현대차(2.82%) 등을 담고 있다.
'국장 세 배 ETF'로 알려진 ‘디렉시온 데일리 한국 불 3X’(KORU)는 18.75% 폭락했다. 이 ETF는 MSCI 한국지수 하루 변동 폭의 세 배만큼 손익을 낸다. '프랭클린 FTSE 사우스코리아(FLKR)'는 6.09% 내렸다.
이날 WTI 유가는 9.72% 급등한 배럴당 95.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기준물격인 브렌트유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불확실성 커" vs "정부 안정책 기대"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한동안 변동성 장세를 더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과 유가 등을 두고 불확실성이 큰 와중 외국인과 개인 등의 수급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역사적으로 지정학 요인에 따른 변동성은 단기에 그쳤으며, 변동성 장세에서의 매도는 부적절하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가 상승이 길어질 경우 미국 등의 통화정책 대응이 복잡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상승세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근거로 미 Fed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을 오는 9월로 3개월 연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사모 신용 불안 등 대외 악재로 인해 오늘 국내 증시도 출발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다음주로 예정된 정부의 자본시장 안정책 간담회가 일정부분 투심을 받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는 전날 “중동 상황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한편,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겠다”고 했다.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국민이 믿는 자본시장’이다.
간담회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기관투자자 등 자본시장 관계자들과 청년·개인 투자자들이 참석한다. 정부가 이 자리에서 논의할 주요 개혁 방안은 ‘신뢰’, ‘주주 존중의 문제’, ‘혁신 문제’, ‘접근성의 문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