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자 '호르무즈 봉쇄' 선언…브렌트 100달러 돌파 마감

입력 2026-03-13 06:25
수정 2026-03-13 06:26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드러내자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1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9.2% 오른 수치다.

국제 유가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브렌트유가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회복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브렌트유는 앞서 9일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긴 바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위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WTI 종가는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올랐다.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이란 최고 지도부의 강경 발언이 있다.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방어적 태세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전략으로 전환할 뜻도 시사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공개적으로 확인되면서, 봉쇄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이 같은 불안이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해협 일대의 긴장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했다며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이 지역에서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16척으로 늘었다.

이라크 남부에서도 충돌 징후가 나타났다. 이라크 항만 당국은 11일 밤 바스라 항구에서 발생한 미확인 공격으로 유조선 2척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쯤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관련 준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공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EA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하루 약 2000만 배럴 수준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와 석유제품 수송량은 현재 극소량으로 급감한 상태다.

IEA는 전날 32개 회원국이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