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 유지"…증권가 "장기화 어려워" [분석+]

입력 2026-03-13 07:32
수정 2026-03-13 07:33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미국·이스라엘을 향해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 의지를 조금씩 내비치면서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과거 사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봉쇄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유가로 인한 변동성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3일 "지금과 가장 유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했을 때 인플레이션의 확산 범위와 유동성, 금리 수준 등의 거시경제 환경 등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당시보다 덜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지상군 투입 등 전쟁 장기화를 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첫 메시지에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는 국영TV를 통해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순교에 대한 보복을 피하지 않겠다"며 이웃 걸프 지역 국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도 위협했다.

다만 전날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 조건을 내걸면서 '휴전'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엑스(X)에 "시온주의자 정권과 미국에 의해 촉발된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며 공격 행위 재발을 막을 확고한 국제적 보장을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언급한 '정당한 권리'는 핵 프로그램 개발 권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된다. 특히 배상금 지급 요구는 처음 나온 주장으로 전쟁 피해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묻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란 지도부 인사 가운데 전쟁에 비교적 유화적인 발언을 해 온 온건파로 분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지 않았고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며 "내가 끝내기를 원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켄터키주를 찾아 연설하면서도 "우리가 이겼다. 전쟁은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 우려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통해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놨다.


과거 사례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온전히 장기간 봉쇄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후 이스라엘은 자국 생존을 명분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으나 일주일 만에 미국의 개입으로 양국이 휴전에 합의해 일단락됐다.

1984~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 1988년 기뢰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 1990~1991년 걸프전에서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긴장감을 높였으나 모두 부분 봉쇄 조치로 끝났다.

조 연구원은 "백악관은 종전 조건으로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거나 이란의 선언과 무관하게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트럼프가 전쟁이 상당히 완료됐고 예정보다 매우 앞서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는 등 장기화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국제 유가 급등락에 따른 국내 증시 민감도 역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이후 지정학적 장세에서 두 번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한 등락 구간을 학습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줄어들고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8배 구간인 코스피 5000선에서 실적을 근거로 한 신뢰구간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