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리마에이치큐가 신생 문화재단에 지난 1월 무상 출연한 자사주를 돌려받아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처분에 대한 금감원의 연이은 정정명령 부과 속 '꼼수'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당 재단에는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의 배우자도 근무하고 있어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자사주 무상출연 결정 약 2개월 만에 철회 후 소각 결정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슈프리마에이치큐 이사회는 전날 자사주 52만3591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 주식 수의 약 5.07%에 달하는 물량이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5일이다. 해당 자사주는 숨마문화재단에서 돌려받은 것이다.
지난 1월 16일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자사주를 신생 재단인 숨마문화재단에 무상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자사주 처분 목적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을 위함'이라고 간단히 기재됐다.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은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달 19일과 20일에 걸쳐 슈프리마에이치큐 주식 52만3591주 숨마문화재단에 넘어갔다.
이후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공시를 통해 "상법 개정 논의 후 자사주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며 "자사주 무상 출연이 회사가 지속해 온 문화예술 분야 사회 공헌의 취지와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자사주를 소각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주가치 제고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향후 이익을 늘리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꼼수'로 처분했다는 취지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게다가 숨마문화재단에는 이 대표의 아내가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최초 공시에는 숨마문화재단 관련 정보가 담기지 않았지만, 공시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숨마문화재단의 이사 1명이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고 시인했다.
금감원도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자사주 소각 대신 무상출연을 결정한 배경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준수를 위한 노력 등이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슈프리마에이치큐 "2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주주 반발과 당국의 압박에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결국 자사주 무상출연을 철회했다. 특히 지난 6일부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새로 취득 자사주를 1년 이내에, 기존 보유분은 최대 1년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를 유지하려면 이사 전원이 서명한 '자사주 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사는 "재단 보유 주식의 의결권 부활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자사주 소각과 비교한 무상출연 방식의 타당성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 및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소액주주 보호 관점에서 최근 입법 동향 등을 감안해 자사주 출연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지적을 계기로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개정 상법을 반영한 정관 변경 및 분기 배당 근거 신설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은 1793억원에 달했지만, 그간 배당에 인색해 주주의 원성이 컸다. 아울러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방안을 수립해 2분기에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