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유행 벌써 끝났다고?…SNS 점령한 '디저트' 정체

입력 2026-03-13 17:44
수정 2026-03-14 01:01

지난 3일 편의점 GS25가 판매한 ‘봄동 겉절이 비빔세트’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단 사흘이 걸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봄동 비빔밥 먹방이 역주행하며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자 발빠르게 개발에 나섰다. 봄동 겉절이 키트가 출시된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아 GS25 버터떡 기획에 착수했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장악했던 유행은 한달여 만에 ‘봄동 비빔밥’으로, 다시 보름 만에 ‘버터떡’으로 바뀌었다. K자형 양극화와 장기간 불황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특정 경험이 숏폼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유행 주기가 보름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찹쌀가루 매출 폭증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찹쌀가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4% 증가했다. 버터류는 14.4%, 타피오카 전분은 189.8% 증가했다. SNS에서 버터떡 유행이 확산하자 관련 재료를 한곳에서 살 수 있는 대형마트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버터떡은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반죽에 우유와 버터를 넣어 구워 만드는 디저트다. 이마트 관계자는 “갑자기 이렇게 매출이 상승한 것은 두쫀쿠, 봄동처럼 버터떡의 유행이 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검색 데이터에서도 순식간에 바뀐 유행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봄동 비빔밥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 1일 정점(지수 100)을 찍은 뒤 불과 열흘 만에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봄동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버터떡의 검색 지수가 수직 상승하며 지난 12일 98까지 올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초단기 트렌드의 핵심 동력은 숏폼을 중심으로 한 알고리즘이다. 최근 봄동 비빔밥은 20여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연예인의 먹방이 숏폼으로 재가공되며 수요가 폭발했다. 버터떡도 원조로 알려진 중국의 황요녠가오를 변형한 레시피가 틱톡,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했다.

다수가 검증한 콘텐츠를 추종하는 ‘디토(ditto)’ 소비 심리가 숏폼 등 SNS 알고리즘과 결합해 유행 전파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경험 소비’ 트렌드와 ‘립스틱 효과’도 이런 현상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립스틱 효과란 미국 대공황기 여성들이 립스틱 같은 저가 사치품 소비에 몰려 화장품 산업만 성장했던 현상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전형적인 ‘불황 경제’의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장기화한 고물가와 K자형 양극화, 청년 구직난, 인공지능(AI)의 습격 등 속에서 이런 유행템이 ‘유일하게 즐거운 일’이 됐다는 것이다. ◇FOMO에 사로잡힌 편의점·자영업자유통업계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실시간 데이터로 읽어 신속하게 제품화하기 위해 공급망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GS25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AI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통해 리드타임(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자영업자들도 가세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에 100㎏ 단위로 재료를 확보하는 사재기도 벌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유행에 뒤처지는 데 대한 공포(FOMO·fear of missing out)가 짙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두쫀쿠 유행 때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가 비싸서 제대로 팔지 못했다”며 “버터떡 재료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찹쌀가루를 대량 주문했다”고 말했다.

유행에 재빨리 올라타려는 자영업자들을 겨냥한 ‘클래스’ 시장도 등장했다. 경남의 한 카페는 지난 9일부터 버터떡 수업을 시작했는데 하루 두 차례씩 진행하는 15명 정원의 강의가 모두 예약 마감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 업주는 “과거에는 몇 달 이상 이어지던 디저트 유행이 이제는 2~3주 단위로 바뀌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라현진/류병화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