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 칼 뺐다…'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시행

입력 2026-03-12 22:38
수정 2026-03-12 22:39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국내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가격 상한을 설정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 제품의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소비자가 직접 지불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정한 1차 최고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이는 지난 11일 기준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약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 낮은 수준이다.

최고가격은 일정 공식에 따라 산정된다. 기준가격은 전쟁 이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을 바탕으로 정했다.

여기에 아시아 석유 거래의 기준 가격인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간 변동률을 반영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더해 상한선을 계산한다.

이렇게 산출된 최고가격은 2주마다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재조정된다. 적용 대상은 생활과 밀접한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이며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제외됐다.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격만 통제하더라도 시장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주유소는 가격 구조와 경영 방식이 달라 일률적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국 약 1만3000개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가격 이상 징후가 있는 업체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가격 통제로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정부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해 정유사와 판매업자의 물량 축소나 판매 기피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정유사의 월간 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또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손실을 볼 경우 분기별 사후 정산을 통해 보전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회계법인의 검증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손실액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유류세 인하나 취약계층 지원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가격을 강제로 억누르기보다는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속도를 완화하는 안정 장치라는 입장이다.

제도 운영 기간은 국제유가 흐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정세를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