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2일 막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올해 핵심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첨단 기술 자립·자강과 강력한 내수 활성화라는 두 축이다. 하지만 AI와 로봇 보급에 따른 고용 감소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모순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 역시 단기 소비 부양책 외에 뚜렷한 해법을 양회에서 내놓지 못했다. ◇AI 중심 ‘지능형 경제’ 제시
지난 4일부터 이어진 올해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가장 강조한 건 AI를 중심으로 한 경제 체질 개선이다. 리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관련해 “지능형 경제의 새로운 형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로봇 등에서 혁신을 촉진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AI를 핵심 동력으로 하는 지능형 경제가 정부 업무보고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관련 표현은 올해 양회에서 통과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 50여 차례 등장했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생산성과 혁신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또 양자, 반도체, 로봇 등 전략산업에서 핵심 기술 수준을 높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5%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내놓은 약 10.5%의 계획치에서 더 높아졌다. ◇재정적자 늘려 내수 부양내수 활성화 의지도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에서 소비 확대를 통해 내수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수출·투자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지적을 의식한 듯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 구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리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내수 문제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10대 과제’ 중 첫 번째로 언급했다. ‘소비’라는 단어도 32번 말하며 확장재정 기조에 힘을 실었다. 재정적자율 목표치를 GDP 대비 4%로,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2300억위안(약 49조원) 증가한 5조8900억위안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 가능할까문제는 AI 및 로봇 중심의 혁신 전략과 내수 확대 정책은 구조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AI 등 첨단산업은 고도로 자본집약적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고용 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
생산 현장에 과감히 도입되고 있는 AI와 로봇이 중국 실업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수치도 많다. 신규 고용이 줄어든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6~24세 청년(학생 제외) 실업률은 18.9%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막대한 재정 집행에도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베이징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올해 양회에서 나온 소비 확대 정책을 보면 자동차·가전제품 교체 지원, 소비 촉진 캠페인 등 단기적 대책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