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부활' 들썩이는 법조계…"낭인 구제" vs "퇴행적 발상"

입력 2026-03-12 17:44
수정 2026-03-12 17:48

이재명 대통령이 한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법시험(사시) 부활을 둘러싸고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사시 폐지→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과도기였던 2013년 창립돼 사시 존치 활동을 벌여 온 대한법학교수회(이하 교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새로운 사시를 통해 공직 사법관을 200명 이상(최근 10년간 퇴직 사법관 수 기준)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회는 전국 25개 로스쿨을 제외한 139개 법과대학, 법학과 및 유사 학과에 소속된 교수, 강사, 법학박사 등 2000여 명이 소속된 단체다.

교수회는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 사시를 ‘신(新)사법시험’으로 명명했다. 그러면서 “선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사시는 반드시 기존 변호사 시험(변시)과 다른 별도의 시험으로 설계돼야 한다”면서 “공직 사법관 시험은 자유직 변시와 엄연히 구별돼 전문적인 사법관을 선발하는 공직 시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변시에 여러 차례 응시한 이후에도 최종 탈락한 이른바 ‘로스쿨 낭인’을 구제하는 역할도 할 거라는 게 교수회 입장이다. 교수회는 “별도의 2가지 시험을 실시해 공직 사법관과 자유직 변호사를 따로 뽑으면 양자의 유착으로 인한 사법 비리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회는 현재의 로스쿨 제도에 대해 “고려 말 음서 제도로 전락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사시 제도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대륙법계임에도 영미법계 미국 제도인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그 폐해는 로스쿨 제도의 폐단으로 답습됐고, 더욱 크고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베이비바’(Baby bar·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 제도), 일본의 예비 시험 등 선진국들이 여러 법조인 양성 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독점적 구조의 기형적 제도”라고도 짚었다. 교수회는 “로스쿨이 없는 일반 법학부의 법학 교육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법학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로스쿨 제도 시행 13년 만에 폐기하고 ‘법학부 교육을 통한 사시 제도’를 확립한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란 로스쿨 제도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시험을 통한 선발로의 회귀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심각한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법협은 “사시는 수만 명의 ‘고시 낭인’을 양산하며 국가적 인적 자원을 낭비하고 서열화된 기수 문화와 전관예우라는 깊은 병폐를 남긴 채 2017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도”라며 “12년에 걸친 치열한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결단을 통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흔들고, 이미 완결된 입법적 결단을 번복하려는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법협은 사시 마지막 10년간 대졸 미만 합격자가 5명에 불과했으나 로스쿨 도입 후 9년간 변시 합격자 중 학점은행제, 방송통신대 출신이 53명으로 집계된 점을 들어 로스쿨이 음서제로 전락했다는 교수회 주장에 반박했다. 전체 로스쿨 학생의 약 70%가 장학금을 수령하고 있는 데다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은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 진학 기회를 얻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독일이 로스쿨 제도를 폐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독일을 비롯한 서구권은 애초에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기형적인 고시 선발 제도를 운영한 바가 없다. 독일 변시는 절대 평가로 70~80%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공교육 기반 자격시험”이라며 허구라고 했다.

신사법시험이나 예비 시험을 도입해 사시와 로스쿨을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건 사법개혁의 퇴행이라고 한법협은 지적했다. 한법협은 “의사, 회계사 등 모든 주요 전문직이 단일 통로로 양성되는 상황에서 법조인만 예외를 두자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투트랙 병행 중인 일본에선 젊은 명문대생들이 대학 교육을 이탈해 학원가로 몰리는 부작용을 겪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사시 부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법조계와 로스쿨 재학생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친 후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전날 이재명 정부가 현 로스쿨 제도와 별개의 사시를 통해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추가 선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법조계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사실무근’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