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과 글로벌 물류가 경색되자 전 세계 호텔 산업이 운영 중단과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의 강제 휴업과 태국의 예약 감소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호텔업계도 수입 식재료 원가 상승에 따른 뷔페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12일 호텔업계와 인도 일간지 이코노믹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남부 벵갈루루 시내 호텔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벵갈루루 호텔 협회(BBHA)는 상업용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이 사전 예고 없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벵갈루루의 랜드마크인 ‘더 랄리트 아속’과 ‘ITC 가든니아’ 등 대형 호텔들을 포함해 수백 곳의 숙박 시설이 주방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당초 중동 분쟁에 대비해 70일 분량의 비축유와 가스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국영 석유 기업들이 즉각적인 공급 통제에 나섰다.
동남아시아 관광 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 영공이 폐쇄되고 중동 항로가 막히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기들이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태국 방콕이다. 유럽 관광객들이 호주,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머무는 ‘스톱오버’(경유지 체류) 거점 역할을 해왔는데, 비행시간 연장과 운임 상승으로 경유 관광 수요가 급감했다.
인도양의 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와 세이셸 등 세계적인 휴양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식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섬 국가는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망 타격으로 인해 ‘공급망 고립’ 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호텔업계의 위기는 국내 호텔산업으로도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의 뷔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핵심 식재료인 연어, 양갈비, 랍스터 등 수입 수산물·육류 원가가 물류비 상승으로 급격히 오르고 있어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