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24시간 온도 조절…'농식품 수출 강국' 네덜란드

입력 2026-03-12 17:53
수정 2026-03-13 00:43

지난 2월 찾은 유럽 최대 항구도시 네덜란드 로테르담. 바다 냄새가 물씬 나는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웨스트랜드 지역에 들어서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3000헥타르(㏊·1㏊=1만㎡)에 달하는 넓은 지대에 수천 개의 하얀색 유리온실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졌다.

‘글라스시티’로 불리는 웨스트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온실 스마트팜 단지다. 이날 웨스트랜드는 비가 온 직후여서 축축하고 쌀쌀했다. 하지만 스마트팜 전문 기업 ‘홀티텍’의 유리온실 안은 따뜻한 봄이었다. LED(발광다이오드)를 통해 방울토마토가 자라기 가장 좋은 상온 25~27℃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옆 파프리카와 오이 온실도 마찬가지였다. 인공지능(AI)이 365일 24시간 생육 단계에 따라 최적의 온도, 습도, 빛 등을 계산해 조절한다. ◇‘AI 농부’가 키우는 토마토
네덜란드의 영토는 한국의 약 40%에 불과하다. 1년 중 190일 이상 비가 내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날씨가 바뀌는 변덕스러운 기후 때문에 노지 재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난해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 농식품 수출국(1375억유로·약 237조원)에 올랐다. 산·학·연이 함께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제어농업(CEA) 솔루션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CEA를 접목해 조성한 스마트팜에서 연중 내내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대량 생산해 유럽 전역에 수출한다. 네덜란드가 생산하는 토마토의 90% 이상이 스마트팜에서 나온다.

웨스트랜드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생태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학과 연구시설이 신기술을 개발하면, 인근에 있는 기업의 스마트팜 현장에 바로 접목한다. 산·학·연 간 협업이 일상화돼있다. CEA 전문 기업 프리바의 시스템을 적용한 홀티텍 온실에선 AI와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적용해 줄기 굵기와 과실 상태 등을 분석한 뒤 그에 따라 온·습도와 빛을 제어한다. 맑은 날씨엔 지붕을 열거나 유리 투과율을 높여 자연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춥고 흐린 날씨엔 LED와 온도 조절 시스템으로 빛을 보충한다. 사람이 개입할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정밀 관수 관리’도 스마트팜의 강점이다. 암면 배지 아래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분 함량을 분석하고, 건조해지는 즉시 관수 시스템을 작동해 물을 준다. 농작물이 흡수하고 남는 물은 살균 처리를 거쳐 다시 관수에 재활용된다. 일반 노지재배보다 물 사용량을 90%가량 절약할 수 있다. 프리바 관계자는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적정량의 물을 주고, 온·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CEA의 핵심”이라며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뇌’이자 ‘신경계’인 셈”이라고 했다. ◇中·英도 스마트팜 확대 속도스마트팜은 안정성뿐 아니라 효율성도 뛰어나다. 작물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수직형 재배이기 때문에 전통 노지재배 대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1.5~2배 많다. 2024년 기준 네덜란드의 토마토 생산량은 헥타르당 479t이다. 주요 토마토 생산국인 미국(101t), 중국(56t)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현재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중 내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강점 덕분에 네덜란드 농식품 수출액은 2017년 877억유로에서 지난해 1375억유로로 8년 새 56.8% 증가했다.

스마트팜은 글로벌 식량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 농업 노동력 감소 등으로 2050년 글로벌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하는 등 인류가 심각한 ‘식량안보’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앞다퉈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가 최우선 과제인 중앙 1호 문건에 ‘농업과 농촌의 현대화’를 명시했다. 영국 등 선진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도 도심 유휴부지와 사막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웨스트랜드(네덜란드)=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