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ESG의 두 얼굴: 기회와 리스크 사이의 기업 책임 [린의 행정과 법률]

입력 2026-03-13 09:53
수정 2026-03-13 09:5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탄소배출량 계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인권경영 실태 분석, 공급망 데이터 분석 등 ESG 영역은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결과를 충분한 검증 없이 신뢰하는 것은 기업에 새로운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데이터 품질이 낮거나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Hallucination)’ 현상이 발생할 경우, 실제 성과보다 과장된 친환경 활동이나 사회적 책임 성과가 보고서나 홍보 자료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가 외부에 공표되면 기업은 의도와 관계없이 허위·과장 정보를 시장에 전달하게 될 위험이 있다. "강화되는 'AI워싱' 규재 대비해야" 최근에는 실제 기술력보다 AI 활용 능력을 부풀리는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 문제에 대해서도 규제 당국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AI 기술을 활용해 투자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홍보한 투자 자문사 (Delphia, Global Predictions)들에 대해 허위·오해 소지가 있는 투자자 홍보를 이유로 약 4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공동 점검을 통해 AI 기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표시한 ‘AI 워싱’ 의심 사례 약 20건을 확인하고 자진 시정을 유도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이 대외적으로 공표될 경우 기업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그린워싱 문제에도 직면할 수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ESG 경영의 핵심 자산인 기업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한편, AI는 ESG 경영을 고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지난 2월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책임 있는 AI를 위한 기업실사 가이드라인(OECD 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AI)’을 발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AI 시스템의 개발과 활용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실무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은 책임 있는 AI 정책을 수립하고, 데이터 수집·모델 개발·활용 등 AI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식별·평가해야 한다. 또한 위험을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고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관리 과정과 결과를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적절한 구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포함된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중소기업의 현실적 제약도 고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AI와 관련된 위험에 대해 일정 수준의 실사를 수행할 것이 기대되지만, 기업의 규모와 위험의 심각성,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비례적인 방식으로 실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책임있는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해야"결국 AI는 ESG 경영에 있어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오는 기술이다. AI를 무비판적으로 활용하면 기업은 AI 워싱이나 그린워싱과 같은 새로운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체계적인 관리와 검증 절차를 갖춘다면 AI는 ESG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고 기업의 지속가능 전략을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기업에게 요구되는 것은 AI 기술의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AI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활용하는 거버넌스 체계일 것이다. ESG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첨단 기술을 얼마나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책임 있게 관리하는지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은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실사(due diligence)를 기반으로 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