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때부터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2017년 말 이란 등 이슬람권의 극렬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다. 2018년에는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고, 2020년 1월에는 헤즈볼라·하마스의 핵심 배후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선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이어 이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참수 작전까지 단행했다.
과거처럼 중동 석유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석유 수송의 ‘초크 포인트’였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사안들이다. 미국 자신감의 원천은 잘 아는 대로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완전 독립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중동 석유에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패권국 지위가 미국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미국 현대사는 곧 에너지 확보의 역사다. 미국이 에너지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69년 콜로라도 핵폭발 사건이다. 그때도 셰일이라는 거대하고 단단한 암석층에 가스와 오일이 매장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를 뽑아낼 방법을 찾지 못하자 ‘핵폭발’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시도했다. 미국 원자력위원회가 TNT 4만t급 폭발로 셰일층을 깨부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을 합한 것보다도 큰 규모다. 가스 채굴량은 현격히 늘었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상업화할 수 없게 돼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정부도 손든 셰일 개발을 해낸 이들이 중소 석유개발 기업인이었다. ‘셰일의 아버지’ 조지 미첼은 시련-도전-극복으로 이어지는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캔디를 팔며 대학에 다녔고, 도박꾼에게까지 손을 벌려 사업체를 차렸다. 시카고에 가스를 공급하다 가스전이 비어가자 비상 수단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때 나이가 62세. 이후 1000개가 넘는 시추공을 뚫었다. 극한의 재정난에 모두가 반대했지만, 그에게는 소명 의식이 있었다. 석탄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인 천연가스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는. 마침내 물과 모래, 혼합물로 셰일층을 뚫는 수압 파쇄 방식(프래킹)을 찾아낸 게 17년 뒤인 79세 때다.
암 투병 중인 미첼의 회사를 인수한 사람이 데번에너지 창업자인 래리 니컬스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미첼의 프래킹 기술에서 미래를 보고 2002년 당시로는 거액인 35억달러를 베팅해 300억달러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웠다. 그는 미첼의 프래킹 방식에 수평 시추 방식을 결합해 현재의 셰일 생산 방식을 완성하고도 시장 확대가 먼저라는 생각에 독점하지 않고 기술을 공개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스를 과감하게 오픈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주역은 미국 최대 셰일 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 회장 해럴드 햄이다. 오클라호마의 흙바닥 오두막에서 1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10대 후반부터 트럭 기사로 석유판과 연을 맺은 그는 현장에서 석유 개발에 관한 모든 지식을 빨아들이며 성공에 대한 갈망을 채워나갔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돼야 한다는 투철한 에너지 국가관을 지닌 그의 슬로건을 트럼프가 채택한 게 ‘드릴, 베이비, 드릴’이다.
셰일 혁명은 실리콘밸리 혁명보다 혹독한 환경에서 태동했다. 흙먼지 날리는 들판에서 은행의 상환 독촉과 석유 메이저들의 냉소를 견디며 파고 뚫기를 무수히 반복한 결과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혁명을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만 설명할 순 없다. 다른 나라들이 모방 불가한 미국만의 제도적 매력까지 더해졌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하 광물권까지 사유 재산권으로 보장해 주는 나라다. 국가가 아닌 민간에 지하 광물권을 인정해 셰일 개발 업자, 지주, 지방자치단체에 연쇄적 인센티브 효과를 낳은 게 셰일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란 전쟁과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명확해진다. 화석연료를 장악한 세력이 세상을 주도하는 것이다. 세계적 에너지 석학 바츨라프 스밀의 말대로 신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부각돼도 금세기 중에는 이 기조에 변화가 없을 듯하다. 조지 부시 때 대통령 직속 에너지자문그룹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대통령이 무역과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