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1시간 40분간 진행된 엔씨소프트의 경영전략 간담회에서 핵심 경영진이 게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모바일’이었다. 65회나 등장했는데, ‘성장(37회)’ ‘캐주얼(33회)’ 등도 주제에 많이 올랐다. 경기 성남 엔씨소프트 연구개발(R&D)센터에 참여한 핵심 경영진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넬 체만 모바일캐주얼센터장 등이다.
‘리니지’로 국내 게임업계를 제패한 엔씨소프트가 이날 사업 구조 재편을 시사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모바일 캐주얼과 신규 지식재산권(IP)을 축으로 성장 전략을 다시 짜겠다는 게 핵심이다.
박 공동대표는 간담회에서 “지난 2년은 미래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의 시간이었다”며 “레거시 IP, 신규 IP, 모바일 캐주얼을 중심으로 예측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 한 두 개의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새 전략의 배경엔 단일 IP 중심의 사업 구조에 대한 엔씨의 문제의식이 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7944억원)의 절반 이상(53%)이 리니지M·M2·W 등에서 발생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은 엔씨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카카오게임즈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이 커지고 장르 다양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특정 IP와 장르에 집중된 구조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리니지에만 목맨 사이 매출은 2022년 2조5718억원에서 지난해 1조50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90억원에서 161억원으로 급감했다.
엔씨소프트가 투자비가 적게 들고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준비는 작년부터 시작했다. 모바일 캐주얼 전담 센터를 신설하고 개발·퍼블리싱·데이터 분석·마케팅 기능을 통합한 데 이어 12월 베트남 모바일 캐주얼 게임 개발사 리후후와 한국 스튜디오 스프링컴즈 등을 사들였다. 최근 유럽의 모바일 게임 플랫폼기업 저스트플레이 70% 지분도 확보했다.
박 공동대표는 “모바일 캐주얼 장르는 엔씨가 30년간 축적해 온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개발 스튜디오의 게임을 하나의 플랫폼(저스트플레이)에서 연결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해 마케팅과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엔씨는 슈팅, 서브컬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신작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게임만 만들고 서비스와 마케팅은 다른 회사에 맡기는 외부 퍼블리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자체 개발 게임 10종 이상과 퍼블리싱 타이틀 6종 이상의 라인업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엔씨를 지탱해 온 리니지, 아이온, 길드워2, 블레이드앤소울 등 ‘레거시 IP’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계속 활용키로 했다. 박 공동대표는 “엔씨는 이제 특정 장르에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변화하고 있다”며 “2030년 매출 5조원과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달성을 목표로 성장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안정훈/정희원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