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액티브 시니어? 젊음 흉내보다 새로운 활기 만들어야" [A.S.A 미리보기]

입력 2026-03-14 09:08
"액티브 시니어 시대가 왔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기대수명은 83.7세로 늘어났지만, 길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과거에는 은퇴 이후의 삶을 휴식과 정리의 시기로 여겼다면 이제 노년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인생의 두 번째 곡선을 그리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경미디어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시니어의 삶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한경 액티브 시니어 아카데미(Active Senior Academy, ASA)'를 개설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노년의 모습과 '웰 에이징(Well-aging)'의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늙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리 보는 '한경 액티브 시니어 아카데미'를 통해 고전평론가 겸 작가 고미숙과 함께 노년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살펴본다. 고 작가는 고전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해석해온 학자로, '우주 유일의 고전평론가'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고전을 단순한 옛 지식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바라본다. 특히 나이가 듦을 쇠퇴가 아닌 변화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고 작가는 "'나이듦'은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한다. 젊을 때가 확장과 경쟁의 에너지라면 이후의 삶은 깊이와 통찰로 나아가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노년의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으로 공부와 배움을 강조한다. 평생학습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세대 간 교류와 소통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노화와 질병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몸의 변화를 억지로 거스르기보다 자신의 리듬을 다시 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 삶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적 문제보다 사회적 고립이라고도 강조한다. 그는 "노년은 공동체 속에서 청년 세대와 어울리며 살아갈 때 더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고미숙 작가와의 일문일답.

▷ 요즘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고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청년을 표절하지 말고 매일 새로운 청춘을 창조하라"고 하죠. 60대에 젊음을 누린다는 것은 청춘의 젊음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활기라고 할 수 있어요. 가을꽃이 가진 나름의 카리스마 같은 것이죠. 그런 활기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며 젊음을 흉내 내는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 우리는 왜 노년을 두려워한다고 보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생 노동과 직업,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화폐 중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죠.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없이 계속 청년의 마음으로만 살아온 겁니다. 저희 부모 세대만 해도 예순 이후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100세 인생 시대입니다. 아무 준비도 없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죠. 인류 역사로 보면 축복이지만 개인에게는 당황스러운 변화이기도 합니다. 준비 없이 넓은 광야에 던져진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노동에서 벗어났는데도 화폐를 계속 늘리며 살아가려 하면 삶이 더 불안해지죠. 노년은 오히려 화폐에서 조금 떨어져 삶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 고전에서 바라보는 노년은 어떤 시기인가.

고전의 지혜는 인생을 사계절로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 삶에도 그런 흐름이 있다고 하죠. 중요한 것은 청춘을 맞이할 때 이미 인생의 가을을 생각해 보느냐입니다. 고전은 인간의 삶을 인격적 성숙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청춘의 열정이나 지나친 활기보다 중년과 노년 이후의 평안함에 더 주목하죠. 고전을 보면 스승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장수한 노년입니다. 청년이 지혜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청년은 천재성과 활기의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요즘 문화에서는 아이돌도 너무 어린 나이에 중심이 되지만, 고전에서는 원숙한 인물들이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죠. 노년을 잘 보내려면 고전과 접속해야 합니다. 인생을 사계절로 보면 결국 죽음의 문제와도 마주하게 되죠. 고전은 생과 사의 경계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를 수천 년 동안 고민해 온 기록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화에는 죽음에 대한 사유가 거의 없습니다.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감각은 있는데 그것을 생각할 언어가 없으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 우리 사회는 젊음은 긍정적으로, 늙음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굉장히 빈곤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청년들이 정말 봄의 활기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하죠. 요즘 MZ세대를 보면 꽃샘추위 속에 놓인 봄꽃이나 풀잎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실 노년이 되어서도 젊은 시절이 무조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돌이켜 보면 청년기에는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고 미래도 막막했죠. 몸에는 에너지와 호르몬이 넘쳐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노년은 경력과 삶의 데이터가 축적된 시기입니다. 굉장한 자산이 되는 시간이죠. 그런데 사회는 자꾸 젊음을 이상화합니다. 저는 그것이 일종의 조작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인생 2막,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노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중장년기까지는 대부분 노동과 화폐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은퇴 이후에는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의 시간이 되죠. 하지만 그 시간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스스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게 돈이 되느냐"라는 질문에서 벗어나야 해요. 오늘의 삶을 내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전국 곳곳에 도서관이 많죠. 저는 도서관이 시니어 스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색과 성찰을 하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되어야 하죠. 저는 정규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노동과 화폐로 인맥을 만든 적도 없어요.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우리 공동체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함께 있습니다. 세대가 섞여 있어야 합니다. 노인끼리만 모이면 안 되죠. 청년도 청년끼리만 관계를 맺으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기 쉽습니다.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한 길은 결국 새로운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통해 세대가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취미나 경제 투자만으로는 그런 연결이 쉽지 않죠.

▷ 노년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고립입니다. 고립되면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 치매 위험도 커지죠.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도 결국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노년의 노동이 봉사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당 얼마를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죠. 지금까지 살게 해 준 사회 공동체에 보답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용했던 에너지와 지능을 성찰과 사색으로 돌리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70년, 80년 살아온 삶의 데이터와 지혜가 결합하면 청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많죠.

▷ 우리 사회 시니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 꿈은 나이가 들어서 유머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웃기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사회 전체 통계 같은 거대한 이야기보다 일상의 디테일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활기차고 명랑하게 살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더 중요하죠. 자택이 있고 연금을 받는다는 것 만으로 노년기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전을 통해 지혜와 유머를 연마하면 명랑한 일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위한 '한경 액티브 시니어 아카데미'의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지원방법 등은 한경ASA 홈페이지(https://event.hankyung.com)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