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경제성장과 사회적 가치 포괄하는 새 성장지표 필요”

입력 2026-03-12 15:25
수정 2026-03-12 15:26
[한경ESG]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성장 둔화가 아닌 내수 부족과 사회적 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다. 기존처럼 GDP 증가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보는 방식으로는 양극화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0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한 ‘정책가와 기업가의 솔루션 찾기’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대담은 정책과 기업의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앞으로의 성장 모델이 경제 성장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복지와 사회적 갈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결국 경제 성장 자체를 제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측정과 보상 시스템 구축이 핵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가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를 계량화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실험을 지속해왔다”며,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기업과 다양한 경제 주체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측정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고 이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기반 경제 모델이 단순한 복지나 공익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내수 확대와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는 기존 GDP 지표가 사회적 가치나 환경 가치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적 가치와 환경 가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성장 지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성장의 목표를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사회문제 해결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윤호중 장관은 이에 대해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민간 혁신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성장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추진, 금융 지원 확대, 공공서비스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문제 해결 활동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 속에서 확장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날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저성장 돌파구, 솔루션 변화’를 주제로 경제 성장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불균형의 시대: 경제 성장과 사회 가치의 분리’를 주제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재원 원장과 임동균 서울대 교수가 이은주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패널 참여했다. 임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 격차와 삶의 질 지표 등 사회적 지표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또 지니계수가 0.01 상승할 경우 장기적으로 1인당 GDP가 약 4.5% 감소할 수 있다는 WEF(2015) 분석 결과를 소개하면서 소득 격차가 유발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가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한 경제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발생한 소득 격차 및 양극화 문제가 지역 불균형, 인구 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정부 부담을 야기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패널들은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분리해 접근하는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사회적가치연구원 정명은 실장이 ‘SPC(Social Progress Credit)를 통한 가치 기반 성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SPC는 최태원 SK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개념을 한국에서 10년간 구현한 결과다. SPC에 참여한 기업 중 성과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가 제공된 기업은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기업보다 사회적 성과를 약 3배 더 창출했다.

SPC에 참여한 기업은 미참여 기업 대비 매출이 평균 34% 높았다. 또한 SPC 참여는, 금융 기관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제공해 외부 자본을 더 조달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정 실장은 “사회문제 해결 활동이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성과 기반 인센티브 구조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수퍼빈 김정빈 대표와 우주(WOOZOO) 김정현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실제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본 포럼의 의미에 대해 “가치가 성장의 조건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말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정부와 시장의 만남을 더 많이 하기 위한 첫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