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 양산되나요?"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행사장 내 삼성SDI 부스. 삼성SDI가 전시한 피지컬 AI용 파우치 전고체 배터리 샘플 앞에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샘플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곳곳에서 전시된 샘플이 실물인지 묻는 목소리도 들렸다. 삼성SDI 관계자가 '실물은 아니다'고 답하자 관람객들은 샘플과 실물 크기가 비슷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배터리 업체의 전고체 배터리 전시 공간이 특히 붐볐다.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거나 가까이 다가가 전시품을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전시 공간 앞에 선 직원은 관람객이 계속 건네는 질문에 쉴 틈 없이 답했고, 일부 관람객은 답변 내용을 적기도 했다. 행사 개막 첫날 관람객은 전년 대비 약 5% 늘어난 2만2969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배터리 업황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일반인 관심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관람객 발길 붙잡은 전고체 배터리 샘플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나 실물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꾼 차세대 배터리다. 부피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때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꼽힌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부상하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로봇의 특성상 배터리 장착 공간이 제한적이라 크기가 작으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시간이 긴 배터리 사양과 출력이 요구되는데, 전고체 배터리가 이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SDI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피지컬 AI용으로 개발한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SDI는 이런 피지컬 AI용으로 높은 안전성과 출력을 충족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제시하는 동시에 경량화를 위해 파우치형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및 목업용 모듈을 처음으로 전시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프리미엄 전기차를 비롯해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에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해 적극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 또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을 공개했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극복하려는 배터리사전시회에선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나기 위한 먹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3사는 지난해 합산 1조308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올해 전시회에서는 전기차 전용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산업의 판도를 바꿀 전고체 및 소듐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기술 전략 등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전시회에 LG전자 홈 로봇 '클로이드'와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 '카티100'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ESS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SBB)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SK온은 SK엔무브와 공동 개발 중인 '액침냉각' 배터리를 공개하고,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위아의 자율이동로봇(AMR)을 선보였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협회장은 "우리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거센 변화 한가운데 서 있다"며 "이 위기가 K-배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셀 기업과 소재 기업 간 상생을 기반으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제조 혁신 등을 통해 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