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낫네” 예순넷 주부, 챗GPT 시키는 대로 했더니 수익률 224% 대박 [AI 생존기]

입력 2026-03-17 07:58
수정 2026-03-17 08:04
[커버스토리 : AI시대 생존기]


“수익금 50%를 빼서 로봇 ETF에 더 넣을까? 이 중에 어때.” 1962년생, 올해로 예순넷이 된 예순 씨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스마트폰을 켠다. 그가 접속한 곳은 생성형 AI인 챗GPT. 예순 씨가 작년 말부터 AI와 머리를 맞대고 짠 포트폴리오의 누적 수익률은 무려 224%. 웬만한 은행 창구의 VIP 상담역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예순 씨에게 재테크는 부동산뿐이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IRP(개인형 퇴직연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용어들이 쏟아졌지만 그에게는 외계어처럼 들릴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자녀들에게 물어봐도 “인터넷에 검색하라”거나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급변하는 금융 기술의 속도 앞에서 시대 뒤처진 노인이 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AI는 달랐다. AI는 “ETF가 뭐야”라는 기초적인 질문을 100번 던져도 지치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지금 5000만원이 있는데 5년 뒤 은퇴 자금으로 쓰려면 어떻게 굴려야 하니”라는 막연한 고민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위험 수성을 고려한 서너 가지의 선택지를 정중하게 제시했다. AI와의 대화 속에서 예순 씨가 얻은 것은 수익률만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종목 찍어줘”는 하수
30년 베테랑 자산관리사 ‘빙의’ 시켰더니…최근 재테크 시장에서 예순 씨와 같은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억대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나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AI와 토론하고, 예측이 맞았을 때 AI를 칭찬하며, 장이 좋지 않을 때는 AI에게 하소연하기도 한다.

AI 컨설턴트 활용 시 초보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AI에게 “무슨 종목이 올라?”라고 단편적인 정답을 묻는 것이다.

예순 씨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AI는 점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질문의 방식을 바꿨다.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자신의 상황을 상세히 공유하며 ‘전략’을 짜달라고 요청했다. “너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자산관리사야. 나는 1962년생 은퇴 예정자고 5년 후 월 100만원을 투자 수익으로 얻고 싶어. 현재 내 자산 현황에 맞춰 최적의 자산 배분안을 짜줘.”

이처럼 구체적인 조건을 입력하자 AI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전통적인 자산 배분 방식인 ‘6:4 법칙’(주식 60, 채권 40)을 기본으로 하되 예순 씨의 요청대로 로봇, AI 반도체 ETF를 포함한 성장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AI는 각 자산군이 왜 포함되어야 하는지, 시장이 흔들릴 때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줘”라고 덧붙였고 AI는 한 번도 짜증 내지 않고 눈높이에 맞춘 답변을 내놓았다.

실시간 시장 대응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도 AI와 함께 했다. 예순 씨는 매일 AI에게 현재 시장 뉴스 요약을 요청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목표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체크했다. 주가가 너무 올라 비중이 커진 종목은 일부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권이나 금 ETF를 매수하여 비중을 맞추는 ‘리밸런싱’ 작업을 AI의 가이드에 따라 수행했다. 특정 종목이나 자산군에서 50%의 수익이 나면 기계적으로 수익금의 50%를 회수해 새로운 자산에 재투자하는 ‘복리 엔진 전략’을 구사한 것도 AI의 추천 전략이었다.

최근 변동장에서 버틸 수 있던 것도 이 전략이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내가 짠 이 포트폴리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얼마나 떨어졌어”라는 질문도 더하자 하락장이 와도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범위’라는 계산된 확신을 가졌다. 덕분에 일시적인 조정에 흔들리지 않고 224%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끝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AI 투자가 개인의 운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은 데이터 앞에서 사라진다. 영국의 금융 비교 사이트 파인더는 챗GPT에게 영국의 주요 10개 펀드가 선호하는 투자 기준을 학습시킨 뒤 38개의 우량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짜게 했다. 실험 시작 후 8주 동안 챗GPT의 포트폴리오는 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0.8%를 기록하며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수백 명의 분석가를 거느린 거대 자본이 챗봇에 패배한 셈이다.

오늘날의 스마트 투자자들은 마치 자산운용사의 대표처럼 여러 명의 AI 요원을 운용한다. 글로벌 시장 추세를 모니터링하는 요원, 재무제표의 숨은 위험을 감지하는 요원, 그리고 시장 심리를 분석하는 요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24시간 근무한다.

가령 인베스팅닷컴이 출시한 ‘워런AI(WarrenAI)’와 같은 플랫폼은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철학을 복제해 장기 성장성을 분석하고, 투자자의 질문에 오마하의 현인 버핏의 지혜와 스타일을 모방한 답변을 제시한다. 인베스팅닷컴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기본적 분석으로 훈련된 AI를 결합해 장기 가치에 초점을 맞춘 SWOT 분석, 투자 사례 및 기타 보고서를 즉시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넬핀(Danelfin)’은 1만 개 이상의 지표를 분석해 향후 3개월 내 시장을 상회할 확률을 점수로 매긴다. 마니피(Magnifi)는 200개 이상의 중개사 계좌를 연결해 “포트폴리오 점검해줘”와 같은 일상적인 언어에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투자자는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취합해 최종 의사결정만 내리면 된다. 맹신은 금물,
‘가짜 숫자’ 내뱉는 AI 잡아내려면투자의 핵심인 재무제표 활용에서도 AI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는 구글의 ‘NotebookLM’을 추천한다. 일반적인 AI가 인터넷 전체 정보를 가져온다면 NotebookLM은 사용자가 업로드한 문서(소스)만을 바탕으로 답변하므로 정확도가 매우 높다. 특히 소스에 올린 파일을 독립된 출처로 인식하는 ‘소스 그라운딩’ 능력이 탁월하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의 사업보고서를 동시에 올려도 수치가 섞이지 않고 각각의 근거를 명확히 인용하며 비교할 수 있다.

2개 이상의 회사 재무 수치를 비교할 때는 질문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보고서(PDF)를 업로드한 뒤 “연결 기준 자산총계, 매출액, 영업이익 추이 비교를 표로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면 두 회사의 재무적 체력을 한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리스크 관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상장폐지는 갑자기 오지 않으며 기업은 숫자를 통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영업손실, 자본잠식, 법차손 같은 용어가 낯설다면 AI에게 ‘상장 규정의 문법’을 학습시켜 투자 회사를 점검해야 한다. 이승환 칼럼니스트는 AI에게 상장심사 담당자 역할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업로드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법차손 비율, 4개 사업연도 영업이익 추이, 자본총계 변화, 감사의견, 현금 창출 능력 등을 계산하고 판단하게 하는 방식이다.

위험 징후가 있더라도 현금 창출 능력이 있다면 개선 기간 동안 탈출할 여력이 생긴다. AI를 통해 현재 상태를 정상, 주의, 위험, 레드존 4단계로 등급화하여 미리 알 수 있다면 리스크는 최소화된다. 결국 AI 시대의 투자는 AI의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리터러시’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투자자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끔 숫자를 틀리거나 존재하지 않는 근거를 그럴싸하게 지어낼 수 있다. 소수점 하나, 단위 하나가 치명적인 자산 관리에서 AI의 답변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모든 AI의 제안은 ‘인간의 최종 검증’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AI가 추출한 핵심 수치를 원문 대조를 통해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투자자 자신이어야 한다. AI는 가장 친절한 자산 관리사일 수 있지만 그 관리자를 감독하는 최종 책임자는 언제나 당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