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쇼크'에 천당·지옥 오가더니…증권가 '깜짝 조언' 나왔다 [분석+]

입력 2026-03-12 11:45
수정 2026-03-12 12:49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낙폭 과도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 시장 충격이 크게 발생했을 당시에도 이런 특성을 갖춘 기업의 반등세가 관찰됐다는 이유에서다. VI 7일간 4500건 발동…서킷브레이커 2회 울려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국내 증시 첫 거래일인 이달 3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횟수는 4548건으로 집계됐다. 주식·수익증권·상장지수펀드·상장지수증권을 포함한 합계다. 하루 평균 649.7건꼴로 발동된 셈이다. 이는 올 1월(134.3건)과 2월(183.4건) 대비 3~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VI는 특정 종목 주가가 단기간 급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시장 전체 변동성에 제동 거는 안전장치도 잇달아 발동됐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두 번 울렸다. 한 달에 서킷브레이커가 2회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매도·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호가 일시 효력 정지)는 각각 5회와 3회 발동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한 해 동안 발동된 횟수(7회)를 벌써 넘어섰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지난 4일 각각 12.1%와 14%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다음날인 5일에는 9.63%와 14.1%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진 것은 그동안 단기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에 이란 전쟁이란 매크로(거시경제) 우려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춰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증시 대기성 자금이 급격히 불어난 점도 변동성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 10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126조원) 신용융자 잔고(32조원) 대차잔고(143조원)의 합산액은 약 301조원에 달한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국내 증시는 예탁금 증가와 높은 수익률 구간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점을 전후해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최고치가 형성되는 통계적 패턴이 확인된다"며 "최근 확대된 증시 자금 성격은 장기 투자보다 단기 시황 대응 중심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시장 과민반응…반도체·증권·전력기기 중심 대응"중동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이 커진 상황 속 실적 성장주와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유안타증권이 1990년 이후 글로벌 지정학적 충격이 유가증권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제1차 걸프전(1980년 8월) 발발 당시 코스피지수는 17.7%, 9·11 테러 당시엔 13.3% 급락했다. 낙폭은 시장 저점 통과일 이후 평균 10.6일 경과 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림했고, 사태 발발 한 달 이후부터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관한 주가 흐름이 전개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실적 모멘텀(동력)을 갖췄고 그간 낙폭이 과도했던 업종 중심으로 매수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6일 코스피지수가 고점(6307.27)을 형성한 이후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이하)했으나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으로 반도체, 정보기술(IT)하드웨어, IT가전, 디스플레이, 증권 등을 꼽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유가·금리 변동성이 시장을 흔드는 구간에서도 실적 경로 훼손 가능성이 제한적인 업종으로 은행, 조선, 전력기기 등을 꼽았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속절 없는 관망보다는 매수 대응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관련해 현재 시장의 극단적 과민 반응을 시장 재진입 및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 시장 패닉 이후 주가 반등 및 정상화의 우선순위는 낙폭과대 주가·밸류에이션 여건과 장래 실적 모멘텀을 복수로 고려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