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배우이자 감독인 벤 애플렉이 설립한 인공지능(AI) 영화 제작 스타트업 인터포지티브를 최대 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가 진행한 AI 관련 인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현금 지급 금액은 최대 6억달러보다 낮지만, 인터포지티브의 기존 소유주들은 성과 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계약이 체결됐다. 넷플릭스는 거래 조건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포지티브는 기존 촬영 영상을 수정·보정할 수 있는 AI 기반 영화 제작 도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촬영된 장면에서 불필요한 물체를 제거하거나 배경을 수정하는 등 후반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는 차기 영화 제작 과정에서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AI 기술을 제작 과정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주요 콘텐츠 기업들은 제작 비용을 낮추고 영상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AI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영화와 TV 제작 전반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전담 내부 조직을 구성했으며, 월트 디즈니는 오픈AI와 상업적 협력 관계를 맺고 관련 기술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할리우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AI 기술이 제작 인력을 대체하거나 일자리를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한 기술 기업들이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렉은 인터포지티브가 영화 제작자를 위한 도구로 설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이 실제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학습한 뒤 장면 속 요소를 수정하거나 배경을 조정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허가 없이 영화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며, 기존 영화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M&A)에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최근 720억달러 규모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시도 이전까지는 대규모 인수보다는 내부 기술 개발 중심 전략을 선호해 왔다.
이번 스타트업 인수는 넷플릭스가 자체 AI 제작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애플렉은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영화 제작 과정은 시작 이후 줄곧 기술 발전의 연속이었다”며 “더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표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터포지티브가 또 하나의 발전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애플렉은 투자회사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의 지원을 받아 인터포지티브를 설립했다. 이후 약 2년간 기술 개발을 진행한 뒤 2025년부터 투자 유치와 할리우드 스튜디오 협력을 추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기술을 자체 제작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