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대신 후드티 가득"…방산 뒤흔든 테크 열풍

입력 2026-03-11 17:48
수정 2026-03-11 17:49
“군복과 정장 대신 파타고니아 후드티를 입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와 개발자들이 가득했다.”

사나 마셜 미국 조지워싱턴대 중동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미네소타에서 열린 방산 포럼 ‘디스럽터 바이 레이크’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장성과 군수업체 임원들이 무기를 거래하던 방산 행사가 테크업계 사교 모임처럼 바뀌었다는 의미다.

전쟁의 핵심이 인공지능(AI)으로 재편되자 자금도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디펜스테크(국방 기술)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91억달러(약 6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272억달러) 대비 80% 이상 급증한 규모다.

투자의 중심에는 AI 기반 디펜스테크 스타트업들이 있다. ‘방산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의 안두릴인더스트리가 본보기다. 안두릴은 드론과 무인기, 감시 센서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운용하는 AI 기반 전장 운영체제(OS) ‘래티스’를 개발했다. 안두릴은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 메가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기업가치 600억달러 수준을 목표로 한 신규 투자 라운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실드AI 역시 무인기 편대의 자율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AI 시스템 ‘하이브마인드’를 앞세워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스타트업 헬싱이 AI 기반 전장 분석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유럽 최대 디펜스 AI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됐다.

전통적인 대형 방산회사 대신 신생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AI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과 비대칭 전력 때문이다. 안두릴 창업자인 파머 러키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스쿨버스와 적의 장갑차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뢰에는 어떠한 도덕적 우위도 없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AI”라고 했다.

투자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메리칸 다이너미즘’이라는 국방·제조 전용 투자 전략을 앞세운 미국 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공동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가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