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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세계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마비됐다.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책임지는 카타르가 LNG 생산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유럽과 아시아는 가스 확보가 절실해졌다. 캐나다는 이 틈을 타 아시아행 LNG 수출을 대폭 늘리며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합작회사 LNG캐나다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수출 터미널에서 아시아로 LNG 선박 다섯 척(일본 2척, 한국 2척, 필리핀 1척)을 보냈다. 전월 소화 물량의 절반 이상을 열흘 만에 보낸 것이다.
이곳은 캐나다 내 최초이자 유일한 LNG 수출 터미널로 지난해 6월 처음 선적이 이뤄졌다. 캐나다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 있어 미국 걸프 연안에 비해 아시아까지 가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마틴 킹 RBN에너지 분석가는 “캐나다는 아시아 지역의 가격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단기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LSEG는 이 시설이 연간 1400만t이라는 최대 생산능력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캐나다의 이 같은 행보는 대미 의존도가 높았던 천연가스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으로 파이프를 통해 천연가스를 보냈다면 이제는 천연가스를 LNG로 액화해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LNG 수출 시장은 미국(26.3%), 카타르(18.6%), 호주(17.8%)가 장악하고 있다.
카타르가 유발한 공급 공백(하루 100억입방피트)을 하루 최대 생산량이 20억입방피트 수준인 캐나다가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팀 호지슨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달 초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캐나다산 가스를 원한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연간 최대 1억t의 LNG를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주요 LNG 공급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CBC뉴스는 예정된 프로젝트들이 완료되면 캐나다 LNG 수출 용량이 연간 최대 4000만t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LNG 공급 불안으로 아시아에서 LNG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던 미국산 LNG 등도 아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하던 LNG 선박 한 척이 대서양 해상에서 남진하기 시작해 일본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가타야마 쓰요시 케플러 수석애널리스트는 “중동 정세가 긴박해져 최소 7~8척이 항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계약상 행선지에 제약이 없는 미국산과 나이지리아산 LNG를 중심으로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지역으로 배를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에 LNG를 뺏긴 유럽에서는 수급 비상이 걸렸다.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GIE)에 따르면 8일 기준 재고는 유럽연합(EU) 전체 회원국에서 저장 용량의 30%를 밑돌았다.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경제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