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간 공익활동 활성화의 조건

입력 2026-03-11 17:31
수정 2026-03-12 00:15
2024년 대법원 판결 가운데 이른바 ‘나눔의 집’으로 알려진 사회복지법인에 낸 후원금을 반환해달라는 청구 건이 있다. 원고는 피고인 나눔의 집에 장기간 후원금을 송금했는데,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돼 있는 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후원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2심 판결을 뒤집고, 착오를 이유로 후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파기환송심 법원은 피고 측에 후원금 반환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 등 명목으로 일반 후원 계좌에 후원금을 보냈지만 실제 이런 목적으로 사용된 후원금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원금은 대부분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피고 법인 계좌에 유보돼 있었으며 법원은 이런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원고가 이런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시민단체가 모금한 후원금의 실제 사용이 안내된 목적과 달랐다는 이유로 후원금을 반환하도록 한 첫 사례로 소개된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안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우리 사회의 기부금 총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개인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국세청 자료를 기준으로 2023년 국내 기부금 총액은 16조3000억원으로 2015년 12조7000억원, 2020년 14조4000억원 등에서 계속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개인 기부금은 11조5000억원, 기업 기부금은 4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중장년층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데 더해 최근 20·30 청년세대가 기부문화를 주도하는 트렌드도 나타난다. 이처럼 사회가 선진화하고 공익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늘면서 기부의 기준과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경향 중 하나는 기부할 때 막연히 ‘좋은 일’을 하는 데 돈을 보태는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일을 하는지,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까지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익단체들도 단순히 기부금을 받아 자선사업을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기존에 우리 법규가 공익활동을 규율하는 방식은 단체를 설립하는 것부터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개별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무관청이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강력한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규제는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양한 공익활동을 어렵게 하고, 행정 부담을 줄 뿐 규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부를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하는 만큼 관련 규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공익단체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기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 어디에 얼마나 후원할 것인지, 후원을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모든 행위를 일일이 규제하기보다 사람을 속이거나 횡령하는 등의 범죄 행위를 적발하고 엄벌에 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