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기준금액을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은 경제성보다 지역균형발전 가능성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 소멸을 막고 균형 성장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문턱이 낮아져 SOC 사업이 남발되면 재정 누수가 커질 수 있다.
현재 예타 사업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 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에서 시행되는 사업은 경제성 평가 가중치가 기존 30~45%에서 30~40%로 5%포인트 낮아진다. 대신 지역균형발전 평가는 지역균형성장 항목으로 확대 개편되고, 가중치가 30~40%에서 35~45%로 5%포인트 높아진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지역 특수성, 잠재력 등 정성평가만 잘 받으면 통과될 가능성이 생긴다.
정부는 SOC 사업의 예타 기준금액도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300억원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5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대상 사업 중 1000억원 미만은 17건으로 전체의 10.8%를 차지한다. 평균 사업비 상승을 감안하면 기준 완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방만한 사업까지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나랏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을 사전 검증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1064개 사업(551조7000억원)에 적용돼 382개 사업(209조3000억원)을 걸러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도 정치권이 예타 면제를 밀어붙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치권의 SOC 사업 요구가 무분별하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재정의 문지기’ 역할을 해온 예타 제도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 정부는 개편안의 부작용을 철저히 대비해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