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반값 엔화' 줬다 빼앗았다…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입력 2026-03-11 17:04
수정 2026-03-11 21:44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엔화를 시세의 절반 수준에 판매하는 '반값엔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잘못 판매한 엔화를 회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회수 결정에 따라 토스뱅크에서 반값에 구매한 엔화를 이미 원화로 환전하거나 소비한 고객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정상 가격에 엔화를 구해서 갚아야 하는 탓에 막심한 손실을 입게 됐다.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로 발생한 피해를 소비자가 떠안게 되면서 금융사가 금융거래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관련 법률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10일 오후 7시 29분부터 7시 36분까지 약 7분 동안 원·엔 환율을 100엔당 472.08원으로 고시했다. 당시 다른 금융사에서 고시한 환율이 100엔당 약 932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원·엔 환율을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표기한 것이다.


잘못 표기된 환율은 실제 거래로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7분 동안 토스뱅크 외화통장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해 엔화를 매수하면 실제 21만엔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200만원이 있어야 21만엔을 받을 수 있었는데, 반값에 엔화가 실제 판매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7분 동안 토스뱅크 외화통장으로 환전이 이뤄진 엔화는 약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값엔화 사고는 토스뱅크가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스뱅크는 두 개의 외국계 금융사가 고시하는 환율을 2로 나눈 평균값으로 자체 환율을 고시하는데, 시스템 점검 중 금융사 한 곳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을 기계적으로 2로 나누는 작업이 진행돼 결과적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환율이 고시됐다.

토스뱅크는 10일 오후 7시 36분부터 엔화 환전 서비스를 중단하는 동시에 고시 환율을 정상화했다. 이후 약 1시간 뒤인 오후 9시께 엔화 거래를 재개했다. 사고 기간에 엔화를 반값에 매수한 소비자는 10일 오후 9시 이후로 엔화를 100엔당 930원 수준에 판매할 수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두 배의 환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선 환차익을 실현했다는 내용의 '인증샷'이 잇달아 올라왔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전날 사고 기간에 거래가 이뤄진 엔화를 전량 회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지문을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했다. 회수 결정에 따라 지난 10일 사고 기간에 엔화를 매수한 이후 토스뱅크 외화통장에 그대로 보관해둔 소비자는 엔화가 다시 환불 처리됐다. 만약 반값에 매수한 엔화를 이미 원화로 환전하거나 카드결제 등으로 소비한 경우, 토스뱅크 계좌에 있는 원화가 자동 출금된다.

문제는 토스뱅크 계좌에 있는 돈마저 다른 계좌로 이체한 경우다. 토스뱅크는 푸시알림, 전화 등으로 관련 사항을 안내해 자진 반환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협조 단계에서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법령 및 약관에 따라 추가적인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오류로 거래가 이뤄진 전자금융 거래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전자금융거래법 제8조와 약관에 근거해 회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사의 실수 여부를 떠나 금융사가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 금융상품(엔화)을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수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기간에 엔화를 이미 구매한 소비자가 이를 일본에서 카드결제 등으로 이미 사용한 경우, 소비자는 두 배의 비용을 들여 엔화를 구해 토스뱅크에 되갚아야 한다.

송태호 법무법인 선 변호사는 "개인과 금융사 모두 법리적으로 동일한 사인(私人)이지만, 개인은 실수를 이유로 금융거래를 취소할 수 없는 반면 금융사는 실수로 발생한 금융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의 관련 조항은 개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라며 "관련 조항이 남용되면 금융사가 정상적으로 판매한 금융상품을 추후 경영상 유·불리에 따라 모두 실수로 위장해 취소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