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호주로 망명한 가운데 이란 축구협회는 호주가 납치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메흐디 타지 이란 축구협회장은 10일(현지시간) 국영방송에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접한 소식에 따르면, 경기 후 호주 경찰이 직접 개입해 호텔에 머물던 선수 한두 명을 데려갔다"며 "몇몇 사람은 공항으로 향하는 선수단 차량 앞에 드러누워 길을 막았고, 공항 게이트까지 봉쇄한 채 모든 선수에게 난민이 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타지 협회장은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남부 미나브 여자 초등학교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은 미나브에서 우리 소녀 160명을 순교하게 했고 이번 사건에서도 우리 소녀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에 이란 선수들의 망명 허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타지 협회장은 "미국 대통령이 우리 여자 대표팀에 대해 ‘그들은 난민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두 개나 올렸다"며 "만약 호주가 망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망명을 허용하겠다면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월드컵에 대해 어떻게 낙관적일 수 있겠느냐"며 "월드컵이 이런 식이라면 제정신인 사람 중 누가 그런 곳에 국가대표팀을 보낼 수 있겠나"라고 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국가 미제창 논란에 대해선 "우리 선수들은 국가를 부르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 주장 자흐라 간바리를 포함한 선수 5명은 전날 밤 호텔을 빠져나와 호주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이들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했고, 최소 2명이 추가로 망명을 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선수 1명과 스태프 1명 등 2명이 망명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선수들은 지난 2일 한국과의 여자 아시안컵 조별 리그 경기를 앞두고 국가 연주에 침묵했다. 이 모습이 영상으로 퍼졌고, 이란 내 강경파는 이들을 '전시 반역자'라 비난하며 사형 등 중형을 요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선수들은 뒤이어 열린 호주·필리핀전에서 국가를 부르고 군대식 경례까지 했다. 이를 두고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선수단과 동행한 혁명수비대 요원들이 충성을 강요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후 이란 검찰총장실은 "성실한 일부 선수들이 적의 음모와 악의에서 비롯된 감정적 선동에 영향을 받아 의도치 않게 행동했으나, 이들이 평온함과 확신을 가지고 조국으로 돌아오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