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불확실성에 법률 리스크 확산…로펌들, 긴급 세미나

입력 2026-03-11 10:46
수정 2026-03-11 10:52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발(發)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로펌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계약 이행 차질 리스크에 직면한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해법 모색을 위한 세미나도 잇따르고 있다. 율촌, 긴급 세미나 개최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율촌은 오는 18일 오후 3시께 ‘테헤란에 봄은 오는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긴급 온·오프라인 동시 세미나를 연다.

국내 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근욱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미국·이란 전쟁의 배경과 현재까지의 경과, 향후 전망을 짚는다. 율촌에선 아랍에미리트(UAE)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신동찬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가 연사로 나서 이번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 관련 법률 문제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향방을 다룰 예정이다.

법무법인 세종도 중동 사태 관련 세미나를 예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 전황이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주요 로펌들은 세미나 개최 여부와 시점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 들여다봐야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요 로펌들이 첫손에 꼽는 법률상 쟁점은 국제 계약상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이다. 전쟁과 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계약상 의무 이행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으로, 95% 이상의 국제 계약에 포함돼 있다. 전쟁 발발을 이유로 감산을 선언한 쿠웨이트 등 산유국들도 이 조항을 발동했다.

수출업체는 이 조항을 들어 선박 운항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개별 계약 내용에 따라 선박 안전 문제를 들어 운송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있다.

생산지가 중동인 석유나 석유 제품,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을 취급하는 회사들부터 비료, 곡물 수입업체들까지 중동 지역 공급망에 얽혀 있는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관련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보내야 할 물건과 받아야 할 물건 모두의 원활한 운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비료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로부터의 수입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돼 왔기에 계약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분출하고 있다.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안전한 운송이 목적인 선사와 물건을 적기에 받아야 하는 사주의 입장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연쇄적인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개별 기업들은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의 구체적인 문언과 준거법 등을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송 비용에 직결되는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 여부도 시시각각으로 체크해야 한다.

수입업체 입장에선 거래 상대방이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실현 가능한 대체 수단이 없다면 상대 업체에 서신 등을 보내 적극적으로 반박할 필요가 있다.

수출업체는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을 검토한 뒤 발동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인정될 경우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거쳐 거래 상대방에 통보하고 증빙을 남겨야 한다.

안정혜 율촌 변호사는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 요건과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경우 그 조항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다면 계약별로 서로 다른 준거법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유엔 협약(CISG) 가입국이라면 이 조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되기에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