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며 이질적인 심리적 양상을 띠고 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와 조정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경신과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가 관찰된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최근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단연 ‘강남 주택 가격 하락세가 비강남 지역으로 확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과 심리적 편향을 탐구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전통 경제학은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인간의 본능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상승기에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소외 공포’(FOMO)가 즉각적인 추격 매수를 불러일으키며 강남의 온기를 주변으로 전이시켰다. 하지만 하락기에는 양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상승기와 하락기 사이의 ‘심리적 전이의 시차’ 때문이다. 상승기에는 탐욕이 정보의 전달 속도를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손실에 대한 ‘부정’ 기제가 정보의 수용을 늦추는 필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차의 근본 원인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엇갈린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공급 측면(매도자)에서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보인다. 자산 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 한다. 매도자는 과거 고점 가격을 마음속의 기준점인 준거점으로 삼고 ‘본전 심리’에 매몰돼 하락 거래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다.
수요 측면(매수자)의 심리적 관성은 여전히 이전 상승 동력에 머물러 있다. 실례로 서초구 삼풍아파트 전용 79㎡가 전고점 대비 약 20% 내린 32억원 안팎에 거래돼 강남권 조정 신호를 알렸다. 반면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전용 59㎡·24억5000만원)나 용인 수지구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전용 84㎡·17억1000만원)은 가격이 더 뛰었다. 이는 비강남권 시장 참여자가 강남의 하락 신호를 수용하기보다 뒤늦게 추격하는 ‘갭 메우기’ 관성에 갇혀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정책적 요인인 대출 규제가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되면서 시장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다. 15억원, 25억원 등의 대출 규제 선은 시장 참여자에게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한다. 규제 문턱 아래에 있는 중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워 가격 하락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구조적 방어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또 금융자산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실거주 부동산을 인플레이션 방어의 최후 보루로 인식하는 심리도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의 선제적 조정과 비강남권의 뒤늦은 상승 관성이 충돌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이 단기간에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 효과는 시장의 펀더멘털을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단기적 심리 궤적을 이해하되 주택 시장의 장기적인 방향성은 수요와 공급의 근본적 변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