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7.8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1%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는 배럴당 83.45달러로 11.9% 하락했다. 통신은 하루 낙폭이 2022년 3월 이후 최대라고 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장중 100달러를 넘겼다. 브렌트유는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날 장중 84달러까지 밀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마무리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는 종료 시점을 두고 "아주 곧"이라고 했다.
주요 7개국(G7)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회원국 정부 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전략비축유 방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월가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기대가 커졌다.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이란 사태 해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했다. 필립 노바의 프리얀카 사크데바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시사, G7의 비축유 활용 가능성은 모두 원유 공급이 계속될 것이란 신호"라고 분석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DBS은행의 수브로 사르카르 책임자는 "전날 유가가 상방으로 과잉 반응했다면 이날은 하방으로 과잉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차질 우려는 여전하다. 이란 의회 의장은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전쟁의 끝은 우리가 결정한다"며 "공격이 계속되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 운송 재개가 중요하다며 "해상 운송 차질이 길어지면 세계 석유시장에 재앙적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