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거의 끝났다"·"아직 충분히 못 이겨"…트럼프 발언에 혼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3-10 07:47
수정 2026-03-10 11: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사이에도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거의 끝났다"는 표현과 "아직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는 표현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혼란스런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이슈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전쟁이 "단기간"의 작전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들이 언제 항복(cry uncle)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틀 전에 항복해야 했다"며 "그들에게는 이제 남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CBS 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거의 완료됐다"고 표현했다. 이는 이란전 종료가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반부터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공화당 행사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함께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이후 5시45분경부터 30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하게 모호한 표현을 썼다. 그는 기자회견 과정에서 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면서 "다시 시작되면 그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협을 단번에 종식시킬 것"이라면서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초기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그는 이란과의 전쟁이 이번 주 안에 끝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고 하면서 "곧, 아주 곧"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진정세로 돌아섰다. 지난 8일 저녁 유가 선물시장 개장 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4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9.48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5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19.50달러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9일 주요 7개국(G7)이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100달러 선으로 내려갔고, 이후 CBS 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종료된다는 뉘앙스로 말하면서 WTI와 브렌트유는 오후 6시반 기준(미 동부시각) 모두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등에서 러시아에 대한 석유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석유 관련 제재도 완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유가 안정을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이란 전쟁 전까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었으나 전쟁이 시작된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지난 주 후반부에는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해상 교통이 재개됐다고 말했으나 이는 분명치 않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미군이) 장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안심시키는 발언도 내놨다. 기자회견 중에는 이란이 “세계 석유 공급을 차단하려 한다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그들을 너무나 강하게 타격해 그들 또는 그들을 돕는 누구도 그 지역을 다시 회복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석유 거래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대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