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규모가 100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달걀 수급이 꼬이고 있다. 달걀 한판 값이 7000원에 다가선 가운데,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수가 1년 전보다 6% 가까이 줄어 올 2분기에도 가격이 강세를 띨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초순 달걀(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은 6845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245원)보다 약 10% 높은 값이다. 달걀 한 판 가격은 올해 1월 7000원을 웃돌다가 지난달 6000원 안팎으로 내려왔는데,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산란계 감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의 산란계 관측보(3월호)에 따르면 이달 기준 6개월령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586만 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5938만 마리)보다 6% 줄었다. 산란계는 보통 생후 6개월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알을 낳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계란 공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3개월령 미만 산란계는 1321만 마리로 1년 전보다 오히려 36.2% 많았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현재 달걀 공급이 늘어 가격이 안정됐어야 하지만,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일 기준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930만 마리에 달한다.
산란계 부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REI는 지난해와 비교해 산란계 사육 규모가 다음 달에는 3.9%, 5월에는 1.1%, 6월에는 1.6%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걀 가격 역시 2분기까지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소매가격의 기초가 되는 산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KREI에 따르면 지난달 계란 산지 가격(특란 10구)은 1748원으로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5월까지도 1800~190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병원성 AI 확산 여부에 따라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걀뿐 아니라 닭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도 당분간 강세가 예상된다.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 확산으로 물량 유통이 원활하지 않고, 사육기간이 긴 한우는 사육 규모가 줄고 있어서다. KREI는 올해 상반기 돼지고기와 한우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닭고기 원료인 육계 산지 가격도 3월에 전년 대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