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855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보다 겨우 110달러 늘어나 사실상 3년 연속 제자리걸음이다. 2021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7898달러)를 넘어서는 데도 실패했다.
한국은 2014년 처음으로 3만달러대를 달성한 이후 12년째 ‘4만달러 벽’을 깨지 못하고 있다. 1인당 GNI 4만달러는 선진국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3만달러 달성 후 평균 6년 만에 4만달러 벽을 넘었다. 충격적인 건 대만이 먼저 그 고지에 올랐다는 점이다. 대만의 지난해 1인당 GNI는 전년보다 14.2% 늘어난 4만585달러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한국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3만8000달러대를 기록한 일본에도 다시 뒤처졌다.
1인당 GNI는 국내총생산(GDP)에 우리 국민의 해외 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을 뺀 수치를 인구로 나눈 값이다. 원화 기준으로는 5241만원으로 4.6% 증가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에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12년 연속 3만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환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뛰게 하는 게 급선무다. 환율의 영향을 ‘0’으로 가정하면 2027년에는 1인당 GNI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1%대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지 않는 한 4만달러대에 진입한다고 해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잠재성장률 제고를 꼽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규제와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진통이 있더라도 구조개혁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쉬운 길은 아니다. 일부 지지층의 거센 반발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들처럼 구조개혁을 말로만 하다가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