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을 확대하기 위한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중동발 석유·가스 수급 위험을 대륙 간 파이프라인을 통한 ‘육상 에너지 실크로드’로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에 러시아와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관 구축 사업을 포함시켰다.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공개한 경제 개발 청사진에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중부 노선의 준비 작업을 진전시키겠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기간 논의된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착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 몽골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스를 보내는 총길이 2600㎞ 규모 프로젝트로 2006년 처음 논의됐다. 이 파이프라인은 몽골을 가로질러 중국 북부로 이어지면서 연간 500억㎥의 가스 수송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이 위협받았다.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면 중국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보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젝트 진행 속도는 더뎠지만 올해 초 몽골 고위 관료가 방중한 이후 추진 동력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몽골 구간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공동으로 투자하고 건설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본다.
136억달러(약 20조원)로 추산되는 막대한 건설 비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SCMP는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두 국영 기업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의 구체적 지분 구조, 가격 합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 프로젝트는 자본 집약적인 데다 완공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을 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연간 원유 생산량 2억t을 유지하고 천연가스 생산량을 꾸준히 늘릴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석유와 가스 수요를 충족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시행 중이다. 에너지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은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오르도스 분지,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북동부 보하이만 등에서 석유 및 가스 탐사·저장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신장, 네이멍구, 산시 등에 전략 자원 비축 기지를 개발해 석탄에서 석유·가스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