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 맞아?"…'모텔 살인녀' 김소영 신상공개 후폭풍

입력 2026-03-10 18:43
수정 2026-03-10 20:00

20대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강북 모텔 약물 사망 사건' 피의자 김소영(20)의 신상이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또다시 '얼평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가해자의 외모를 근거로 범죄를 희석하거나 동정하는 반응이 나왔고, 신상 공개 이후에는 반대로 외모를 조롱하는 댓글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와 유가족을 고려하지 않은 2차 가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전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소영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을 공개했다. 공개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그는 정신장애 가장해 수면제를 처방받은 뒤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초기부터 온라인에서는 김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이 퍼지며 가해자를 미화하는 글이 잇따랐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텔 연쇄살인녀 인스타 너무 슬프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김씨의 SNS를 언급하며 "얼굴도 예쁘고, 잘 꾸미고, 관심사도 많고, 연애도 하고 싶어하는 그냥 딱 그 나이대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라고 적었다.

외모와 신체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다른 게시글 작성자는 "얼굴 예쁘다는 사람 많던데 사진 기준으로는 예쁜 건 맞다"며 "몸매도 너무 좋다. 키도 170 정도 되는 것 같고 날씬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런 여자가 먼저 모텔 가자고 하는 데 굳이 거부할 남자가 100명 중 1명 있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관련 게시글에는 "솔직히 이쁘다. 나 같아도 바로 음료수 마신다", "정말 미인이다. 눈빛이 날카로우면서 아름답다", "재판부는 외모 감안해서 무죄 판결해라", "금방 나올 거다. 다 같이 모금 계좌 만들자", "솔직히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이어졌다. 범죄의 중대성을 희석하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이런 반응을 두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신상 공개 이후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씨의 머그샷과 과거 SNS 사진을 비교하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조롱하는 글이 빠르게 확산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 보정에 속았다", "인스타 사진과 완전히 다른 사람", "화장발이 너무 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고, "모텔 따라간다는 말 취소한다", "20살이 아니라 훨씬 더 들어 보인다", "사기죄도 더해야 한다" 같은 조롱성 댓글도 이어졌다.

결국 사건 초기에는 외모를 이유로 가해자를 미화하더니, 신상 공개 뒤에는 반대로 외모를 깎아내리며 소비하는 식으로 온라인 반응이 이동한 셈이다. 가해자의 외모를 두고 선처를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외모를 조롱하며 사건을 소비하는 것 역시 본질을 흐리는 '가해자 중심 서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 사실보다 가해자의 이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사건의 핵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본다. 피해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범행에 노출됐고, 왜 이런 사건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 채 외모 평가와 조롱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SBS에 따르면 김씨는 2024년 서울의 한 청소년센터에 다니며 센터 내 다른 수강생들의 물건이 사라지는 절도 사건에 휘말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김씨가 다른 사람들의 지갑과 에어팟 등에 손을 댔다는 게 수강생들의 주장이다.

김씨가 다닌 센터는 만 24세 이하 학교 밖 청년을 상대로 학업 및 활동 지원을 하는 기관이었는데, 절도 사건에 휘말리며 센터에서 퇴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 전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절도 문제를 일으켜 자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9일까지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 등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이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진행한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PCL-R)에서 김씨는 40점 만점 중 25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해당 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성향을 지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은 추가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사한 방식으로 김씨와 연락한 이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해 사건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추가 피해자로 의심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 과정에서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심의위원회는 범행 수단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