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수출의 60%를 책임지는 게임산업이 정작 세제 지원에서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게임업계는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굳어진 게임에 대한 '사행성·중독' 프레임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K-콘텐츠 수출 60% 책임지는데…게임만 홀대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세제지원을 통한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정책토론회'에서는 게임산업이 2차전지·가전 수출액마저 추월한 K-콘텐츠 핵심 수출 산업임에도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 등 세금 혜택이 미흡하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게임산업 수출액은 85억347만달러로 전체 K-콘텐츠 수출(140억7000만달러)의 60.4%를 차지한다. 음악산업 K팝(18억145만달러)의 4.7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한국은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 4위의 세계적 게임 강국이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정작 세제 지원 체계가 이 같은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게임업체의 90% 이상이 '세제 지원이 경영 여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신청 비율은 22.8%에 그쳤다. 일반 제조업·기술업종의 R&D 세액공제 평균 활용률(30~40%), 기술 제조업(50% 이상)과 비교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이처럼 신청이 적은 것은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제도상 외주 인건비는 공제 항목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인 게임업계 특성상 '전담 연구부서 설치 요건'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현장 목소리다. 게임 제작비에서 인건비·외주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6.7%에 달하는 구조에서 이 비용이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는 건 사실상 제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 경쟁국들은 이미 게임 제작비에 별도 세액공제를 운영 중이다. 영국은 '비디오게임 세액공제(VGTR)'로 핵심 비용의 34%를 공제하고, 미국과 캐나다는 주에 따라 최대 약 40%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 도입된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가 최대 30%까지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웹툰에도 신설됐지만, 게임은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다.
콘진원 분석에 따르면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5년간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고, 취업자 수는 약 1만5500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비용편익비율은 1.26으로 세수 감소보다 사회적 편익이 더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임산업 종사자의 40세 미만 비중이 70%에 가까워 제작비 지원이 곧 청년 고용과 직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송 센터장은 "큰 리스크를 안고 창작 활동을 하는 콘텐츠 기업에 세액공제라는 최소한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콘텐츠 생태계가 다양성을 강화하면서 성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콘텐츠 수출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게임에 제작비 세액공제가 적용될 경우 재투자 여력을 높여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조세 지원이 조속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낙인 여전?…"게임만 다른 잣대"
게임업계는 세제 지원에서 소외된 배경에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도 K-게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비합리적 부정적 인식'이 명시됐다.
토론회에 앞서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바다이야기' 사례를 거론했다. 2006년 전국을 강타한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 전반에 사행성·중독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까지 겹치면서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팝이나 드라마는 한류의 상징으로 적극 지원하면서 게임은 같은 K-콘텐츠인데도 취급이 다르다"며 "수출 숫자를 보면 게임이 압도적인데 정책 지원은 거꾸로"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황욱 네오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는 특정 업권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 내 경쟁 중립성과 글로벌 경쟁력, 고용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 정비"라고 말했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도 "과거의 낡은 R&D 틀에 게임을 억지로 끼워서 맞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공정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 제작비 세액공제가 조속히 도입돼 영세 중소 개발사들이 혁신적 도전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