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구마 캐러 가자"…MZ들 '호캉스' 대신 푹 빠졌다 [현장+]

입력 2026-03-29 13:28
수정 2026-03-29 13:29

운동화도 운동복도 없이 호텔에 짐을 푼 뒤 로비에서 러닝화와 티셔츠를 건네받아 한강변으로 나선다. 러닝 붐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호캉스(호텔+바캉스)에 도심 러닝을 더한 이른바 '런캉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뜨고 있다.


최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지난해 11월부터 뉴발란스와 손잡고 '런 투게더'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패키지를 신청한 투숙객은 체크인 때 로비에서 곧바로 러닝화와 티셔츠를 받을 수 있다. 재고가 있으면 현장 대여도 가능하다. 운동복과 운동화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게 핵심이다.

장비를 갖추고 나면 다음은 어디를 달릴지 코스가 중한데 호텔 측은 러닝 지도를 별도 제공한다. 호텔이 위치한 여의도는 러너들 사이에서 이른바 '고구마런'으로 통한다. 한강변을 포함한 여의도 일대를 달리는 코스가 고구마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나온 별칭. 코스를 출발하기 전 "고구마 캐러 가자"라는 말로 의지를 다지는 것도 이곳 러너들만의 문화다.


지도 출발점으로 이동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한강 변 곳곳에서 러닝을 즐기는 이들이 보였다. 외국인 러너도 적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한강이 러닝 코스로 주목받으면서 런트립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라며 "여의도는 한강공원은 물론 홍대 등 관광지 접근성이 좋아 여행 목적의 외국인 투숙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런캉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여행객들은 호텔 내 실내 피트니스 시설이 마련돼 있어도 주변 러닝 코스를 먼저 확인하고 예약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날 한 시간가량 코스를 완주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쳤다. 땀을 씻어낸 뒤 호텔 곳곳을 둘러봤다. 러닝에만 집중한 탓에 입구 전시물들을 그냥 지나쳤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을 정도였다.


켄싱턴호텔 내 식당에서는 색다른 볼거리도 즐길 수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과 스포츠 스타들의 희귀 소장품,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휘호 등이 전시돼 있다. 활동적 하루를 보낸 뒤 음식과 전시를 즐기는 것도 런캉스의 또 다른 묘미라는 평가다.

신용현/이수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