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었다. 2025년 9월 9일 공포 이후 6개월 만이다. 6개월 간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을 개정하고 해석지침, 교섭매뉴얼을 발표하는 등 부단한 준비 작업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현장의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7일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함께 발표한 ‘원하청 상생교섭절차 매뉴얼’은 법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교섭단위에 관한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을 전면 수정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겼다.
‘교섭단위’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는 단위이다. 노동조합법은 ‘교섭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9조의 3 제1항). 그러나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교섭에서 이 교섭단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11월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교섭단위를 분리하지 않는 한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전체 원하청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올해 2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는 교섭단위 부분이 180도 달라졌다. 매뉴얼은 원청 노조를 제외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하나의 교섭단위라고 설명하면서, 하청 노조끼리만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면 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꾸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입장 변경은 매뉴얼 발표를 불과 2~3일 앞두고 전격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교섭단위는 오히려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과 같이 원청 사용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사용자인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도 원청 사용자를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도 종래에는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이므로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둘째, 현실적으로 원하청 노조와 함께 교섭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무조건 원하청 노조를 분리하는 것은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원청의 생산계획, 작업방식, 안전관리, 도급구조 등 근로조건과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섭 결과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공사가 시작되거나 생산일정, 작업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청 노조가 배제된다면 근로조건 자기결정 원칙에 반하고, 원하청이 따로 교섭해야만 한다면 비효율이 심각해지며, 원하청이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많다.
셋째, 만약 원하청 노조가 따로 교섭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우라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된다. 즉, 원청 사용자의 사업이나 사업장이 교섭단위의 원칙이라고 해석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나중에 이를 분리할 수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원하청 간에는 교섭단위가 나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현행법상 이를 통합하기는 곤란하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노동조합법상 다른 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원하청 전체가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령,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하게 된다면 원, 하청을 불문하고 원청 사업장 내의 모든 생산활동이 중단되는 등 모든 근로자에게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쟁의행위의 영향을 받는 사업장 내의 모든 근로자가 쟁의행위 실행 여부를 함께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체근로 등 노동조합법상 다른 제도를 고려하더라도 원하청 전체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거듭 말하지만 상황에 따라 원하청 사업장을 분리하여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라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된다.
한편, 현재의 혼란상을 보면서 국회에서 단순히 사용자의 정의만 바꾸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입법을 하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가령,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원하청을 함께 포함하는 교섭단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섭단위를 둘러싼 해석상의 혼선이 상당부분 줄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원하청 이중교섭, 주제별 중복교섭 등의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다. 개별 하청의 ‘실질적 지배력’ 판단이 달라짐에 따라 교섭단위 자체가 바뀌고 과반수 노조가 달라지는 불확실성도 막을 수 있다. 처음에 교섭단위를 확정하고 교섭을 시작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후의 혼란이 줄어들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일부 사업장에 대하여 시범적으로 원청 교섭단위를 설정하면서 안정적인 제도 변화를 꾀할 수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이른바 원청 교섭은 실제로는 노동위원회가 원청을 포함하는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교섭단위는 교섭대표를 결정하는 단위로서 ‘스스로 선택한 대표에 의해 교섭할 권리’라는 단체교섭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개념이다. 그럼에도 입법과정에서도, 해석론에서도 교섭단위는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단체교섭권이 헌법적 권리이므로 교섭창구단일화나 교섭단위를 이유로 이를 제약할 수 없다는 듯한 주장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이 있다고 해서 선거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곳에나 가서 투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청교섭도 대표자에 의한 의사형성이라는 점에서 교섭단위를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