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업계 공룡' 라이브네이션, 美 반독점 소송서 웃었다

입력 2026-03-10 11:41
수정 2026-03-10 11:45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벌여 온 미국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라이브네이션)가 티켓 판매 자회사인 티켓마스터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방 당국과 합의하며 위기를 넘겼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BBC 등 외신들은 라이브네이션이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에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번 합의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브네이션은 티켓마스터가 아닌 다른 판매업체를 통한 공연 티켓 판매를 막지 않기로 했다. 또 아티스트들이 자사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다른 프로모터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대 13개의 콘서트홀을 매각하고, 라이브네이션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약 40개 주에 2억80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라이브네이션 입장에선 당초 예상보다 훨씬 수위가 낮은 결과다. 반독점 소송의 핵심이었던 티켓마스터 기업분할 요구를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마이클 라피노 라이브네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가 미국 전역의 아티스트와 팬들을 위한 콘서트 경험을 개선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합의 발표 이후 라이브네이션 주가는 이날 약 6% 상승했다.

다만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일부 주 정부 측 변호사들은 합의안을 거부하고 라이브네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는 “라이브네이션은 수년간 불법적인 독점을 악용하고 공연 비용을 인상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며 “이번 미국 법무부와의 합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 독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소비자를 희생시키면서 여전히 라이브네이션에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DC 측 변호사도 주 정부를 대표해 재심을 요청했다.

라이브네이션은 콘서트와 스포츠 시장의 거대 기업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5만5000건 이상의 콘서트를 열어 1억59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발표한 회사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525억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0% 이상 급증한 13억달러에 달했다. 또 460개 공연장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세계 최대 티켓 판매업체인 티켓마스터를 인수해 지배력을 넓혔다.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는 수수료와 서비스 요금을 통해 티켓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22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티켓 판매 과정에서 경쟁 부족으로 인한 형편없는 고객 서비스, 황당한 가격 책정, 과도한 티켓 판매 수수료 등 불만이 폭발하면서 음악 팬들과 국회의원들이 라이브네이션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지난주 뉴욕에서 시작된 재판에서 법무부는 라이브네이션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아티스트와 공연장들이 자사와 계약하도록 압박하고, 경쟁을 저해하며, 팬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합의는 법무부 반독점국을 이끈 게일 슬레이터가 해임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슬레이터는 적극적인 반독점 집행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여기에 라이브네이션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리처드 그레넬을 이사회 이사로 임명해, 일각에선 이런 행보가 라이브네이션이 기업 분할을 피하려는 시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