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민 교수 "국산 폐암 신약 후보물질 효능·안전성 확인…종양 획기적 감소"

입력 2026-03-10 15:35
수정 2026-03-10 15:39
“현재 임상 개발을 하고 있는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중 국제 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CCR)에 게재된 후보물질은 JIN-A02가 유일합니다.”

임선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신약벤처 제이인츠바이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항암신약 후보물질 JIN-A02의 전임상·임상 연구결과가 지난달 CCR에 게재된 의미를 묻자 10일 이같이 밝혔다. CCR은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간하는 종양학 학술지다. JIN-A02의 임상 1/2상의 책임연구자인 임 교수는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임 교수는 “임상 결과에서 효능과 안전성 양쪽에서 JIN-A02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치료를 받다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기다릴 만한 신약”이라고 평가했다. ◇ 타그리소 내성 겨냥 ‘4세대 항암제’JIN-A02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치료 이후 나타나는 C797S 내성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4세대 표적항암제다. 타그리소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가장 먼저 쓰는 표적항암제다. 2015년 1·2세대 EGFR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위한 2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2018년 1차 치료제로 확대 승인됐다. 지난해에는 72억5400만달러(약 10조7410억원) 매출을 올렸다. ‘블록버스터’ 항암제로 꼽히지만 앞선 세대(1·2세대) 표적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사용 후 18개월 전후로 내성(C797S)이 생기는 한계가 있다. JIN-A02는 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 중인 신약이다.

임 교수는 “임상 1상에서 부분 반응(PR)을 나타낸 300㎎ 용량 환자에서 종양이 최대 44%까지 감소하는 반응이 관찰됐고, 특히 치료가 어려운 뇌 전이 환자에서도 반응이 확인됐다”며 “전임상에서 확인한 기전이 실제 환자에서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 혈중 내성 변이 소실…종양 감소도JIN-A02 임상 1/2상에 참여한 환자는 23명이다. 타그리소의 내성 변이인 C797S가 확인된 환자들이 이번 임상에 참여했다.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려 하루 300㎎까지 복용한 데이터가 이번 논문에 포함됐다.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인 순환종양 DNA(ctDNA) 분석에서 약물 반응과 연관된 변화가 확인됐다. 임 교수는 “ctDNA 변화와 종양의 크기 변화를 보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반응이 상당히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나타났다. 임 교수는 “EGFR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약물 특성상 기존 EGFR 억제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피부나 손발톱 관련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환자는 장기간 약물 반응이 유지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임 교수는 “2년 가까이 약물을 복용하면서도 삶의 질(QOL) 저하 없이 질병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환자도 있다”며 “초기 임상 단계임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 4세대 EGFR 치료제 개발 경쟁임상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4세대 표적항암제 중 CCR 같은 유력 학술지에 게재된 사례가 적은 이유는 개발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라는 강력한 현존 약물의 효능을 뛰어넘으면서도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JIN-A02는 거의 2년동안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장기 내약성이 우수하고, 초기 임상에서 이미 효능 시그널을 확인하여 4세대 EGFR 치료제 중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 교수는 “임상시험을 하다 보면 효능과 안전성이 부족한 임상의약품이라 판단될 때 환자를 치료해야할 의사로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JIN-A02는 의사로서 기대되는 약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해도 내성 환자가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JIN-A02 등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