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을 사과하고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극렬 지지층) 세력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9일 채택했다.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107명이 이 결의문에 이름을 올렸다. 6·3 지방선거를 86일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이른바 ‘절윤’(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 노선에 관한 토론을 거친 뒤 결의문을 도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결의문 낭독을 통해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미래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날 결의문 채택으로 비상계엄 선포 이후 1년4개월가량 이어진 ‘계엄과 절연’ 논란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 1월에도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의총에서도 장 대표가 소극적이었고, 송 원내대표가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실질적 노선 변화가 없으면 ‘말로만 절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는 의원총회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에서 장 대표에게 태세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당 노선 정상화’를 요구하며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 만큼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과거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한 윤상현 의원도 “이대로 가면 당이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 결의문에 “대통합에 나서겠다.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적 폭주에 대항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법파괴 저지, 헌법 가치 존중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이날 의총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동훈계 인사를 잇달아 제명 및 징계한 윤민우 윤리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한 전 대표 제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장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날 결의문 채택을 두고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며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이 선거에 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공천을 신청할지에 관해서는 “당이 어떤 방식으로 (결의문 내용을) 실천하는지 지켜보면서, 또 당과 의논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슬기/정상원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