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4개월 영아 사망 사건'의 영상을 검토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학대 영상에 분노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산소형제TV' 영상에서 "홈캠 영상을 보자마자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볼수록 화가 났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SBS '욕조와 홈캠 - 여수 4개월 영아 살해 사건의 진실' 편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 교수는 "기록을 검토해보니까 아이를 살리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면서 "머리, 가슴, 배 어디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23군데 골절 등 아이의 끔찍한 상황뿐만 아니라 아이가 치료받은 과정들, 어떻게 하다 사망까지 가게 됐는지 과정들을 쭉 검토해보니까 이 작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달려들어서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아부었을지 느껴졌다"라며 "해든이의 의무 기록지들은 아이의 피와 의료진의 땀으로 적셔진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홈캠 영상을 보고는 AI인 줄 알았다는 그는 "점점 더 화가 나다가 '화면에 들어가서 저 아이를 구해주고 싶었다"면서 "가해자가 사람이 맞나 싶다가도, '하물며 장난감을 갖고 놀아도 저렇게 안 놀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악마와도 같은 역겨운 짓거리와 홈캠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 도움을 청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구역질이 계속 나왔다"면서 "영상을 보다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충격이 크다 보니 이후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더 심각한 학대 장면이 많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편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손바닥만 한 4개월 영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친모의 직업이 물리치료사라는 점이었다.
이 교수는 "물리치료사는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라며 "그런 의무가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학대했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니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전남 여수시 자기 집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폭행하고 샤워기 물을 틀어둔 채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로 구속기소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A씨가 아이를 발로 밟거나 머리를 거세게 흔들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장면이 담겼다. 잔혹한 학대 행위는 약 4800여 개 파일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출동한 구조대원은 "'아기가 물에 잠깐 잠겼다'는 신고를 받고 갔다. 그런데 보자마자 모를 수가 없었다"면서 "멍이 너무 많았다. 무조건 맞았구나 싶었다"며 학대 정황을 증언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배를 열자마자 피가 쏟아져 나와 너무 놀랐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수사에 나선 형사는 "초기 조사에서 부모는 학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홈캠 영상을 확보한 뒤에는 살해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진은 "왜 아이를 짐짝처럼 다루느냐"며 끝내 눈물을 쏟기도 했다.
홈캠 영상에는 친모가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바닥에 내던지듯 내려놓거나 발로 얼굴을 누르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다.
부검 결과 아이의 몸에서는 무려 23곳의 갈비뼈 골절과 뇌출혈이 발견됐다.
개복 수술 당시 아이 배 안에는 500cc에 달하는 혈액이 고여 있었으며 이는 강력한 외력에 의해 장기가 찢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이 친부인 B씨는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숨진 아이보다 1살 많은 첫째 아이도 함께 양육하고 있었는데, 첫째 아이에게선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첫째 아이가 동생의 학대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심리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4차 공판은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