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해 도쿄를 비롯한 일본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전력의 기업용 전기요금이 이르면 다음달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3월 연료 가격 상승분이 4월 사용분 전기요금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원유 가격 변동을 기업용 전기요금에 빠르게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전력회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을 기업용 전기요금에 종전보다 빠르게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일본 가정용 전기요금도 원유 가격 상승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3월분 연료 가격 변동은 대체로 6∼11월에 반영된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약 9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조달한다. 일본 전력회사가 맺은 장기 계약의 70%는 원유 가격에 연동된다. 니혼게이자이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달 27일 종가 배럴당 67달러와 비교하면 66%나 오른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가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한 1월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실질임금이 늘어난 것은 13개월 만이다. 휘발유 감세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일본은 임금과 물가 선순환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 등 자원 가격이 고공 행진함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임금은 다시 마이너스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영국도 에너지 요금 급등에 따라 가계 지원을 검토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어떤 역풍이 불더라도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항상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인도는 매년 320억달러 이상을 에너지 가격 보조금으로 지출하는 만큼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면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