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3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지만, 건설주로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인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전후 재건 사업 수주 증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외국인은 현대건설 주식을 13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E&A(526억원), 대우건설(353억원), KCC(267억원) 주식도 대거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248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는 가운데서도 건설주는 사들인 셈이다.
특히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건설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 직후부터 현재까지 업종별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에서 건설업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전 관련 건설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대비 이달 3~9일의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비율은 대우건설이 0.96%, 현대건설은 0.82%, 삼성E&A는 0.81%였다.
강 연구원은 "이번 이란 사태로 유가가 상승할 때 대안적 에너지는 당연히 상대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인공지능(AI) 시대에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원전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유가 상승이 오히려 국내 건설사의 수주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인프라 다변화 기조와 산유국의 자본적 지출(CAPEX) 확대가 기대된다"며 "종전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 LNG 프로젝트와 중동 저탄소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삼성E&A 수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후 재건 사업 기대감도 있다. 과거 걸프전 등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인프라 재건에 참여한 전례가 있어서다. 러시아와 4년째 전쟁을 벌이는 중인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비용도 약 877조원(587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이번 전쟁이 끝난 이후 이란을 재건하는 프로젝트를 국내 건설사가 수주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류 연구원은 "현재 이란은 2018년 이후 미국의 제재 하에 놓여 있어 제재가 유지되는 한 달러 결제와 자금 조달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 종전만으로 재건 투자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이란 전쟁은 직접적으로 건설업황을 짓누르는 악재다. 국제 유가 상승이 철강, 시멘트, 운송비 등 건설 원가를 밀어 올릴 수 있어서다. 또 이미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차질과 함께 신규 수주가 지연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