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쓸 기름도 없다"…中 초강수에 '에너지 대란' 위기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3-09 14:22
수정 2026-03-09 15:00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에너지 공급망을 강타하면서 석유제품 수출 중단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미 중국은 석유제품의 수출을 중단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9일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중국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경제 컨트롤타워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국유·민간 정유사를 소집해 석유제품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 신규 수출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이미 계약이 완료된 물량에 대해서도 취소 협상에 돌입하라는 게 핵심이다.

페트로차이나,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중국해양석유, 중국중화그룹(시노켐) 등 중국 국유 에너지 기업과 민간 기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수출 물량을 결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내수 비축을 우선 순위에 두고 중국 내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시키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CSPC(셸과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조만간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물인 스팀 크래커 설비를 중단할 계획이다. 중국 내 고객사엔 일부 제품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투자한 주요 중국 정유사인 저장석유화공은 중동 갈등으로 원유 공급이 영향을 받자 하루 20만배럴 규모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 다른 아람코 투자 중국 정유사인 푸젠정유화학 역시 하루 8만배럴 규모 원유 설비를 일정 기간 동안 가동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석유제품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도는 휘발유와 경유 수출 제한, 러시아산 원유 구매 확대, 액화천연가스(LPG) 공급 제한 등을 검토 중이다. 정유사들은 공급 차질을 우려해 대체 원유 공급원을 물색에 나선 상태다.

태국의 경우 국내 석유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 석유 수출 중단과 석탄·수력 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중동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LPG 수입을 다변화하고 수출보다 국내 수요를 우선하기로 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의 생산 차질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이란 전쟁 이후 하루 약 430만배럴에서 130만배럴 수준으로 약 60~70%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원유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8일(현지시간)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배럴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영향이다. 지난달만 해도 원유 수출량은 하루 333만4000배럴에 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석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장기간 차단될 경우 하루 최대 380만~470만배럴 규모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석유 수요의 약 5~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