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아닌데…"22억에 안 팔리면 들고 간다" 집주인 '배짱' [돈앤톡]

입력 2026-03-10 06:30
수정 2026-03-10 10:44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 '20억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분위기가 엄청 활발하진 않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더 내리길 기다리는 눈치지만 집주인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서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엠밸리7단지' 전용 84㎡는 지난 1월 19억85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약 4개월 만에 1억5500만원 뛰었다.

마곡엠밸리7단지는 마곡지구 대장 아파트다. 마곡지구 중심에 있어 생활 인프라를 이용하기가 쉽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가 있는 마곡나루역, 5호선 마곡역이 있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LG그룹을 비롯해 이랜드, 코오롱, 넥센타이어, 에쓰오일, DL그룹 등 대기업이 마곡지구로 대거 본사를 옮기면서 가장 먼저 둘러보는 단지이기도 하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22억원이다. 실거래가보다 2억원 더 높은 수준이다.

이 단지 내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것과 관련해 실수요자가 '급매' 성격의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인근에 7단지를 비롯해 인근에 있는 단지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온 것은 손에 꼽는다. 그마저도 호가를 조정하고 있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집주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내놓은 가격에 거래가 되지 않으면 쭉 들고 갈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며 "가격 조정이 안 되니 거래 자체는 소강상태"라고 부연했다.


대장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수요는 인근 단지로 넘어가고 있다. 같은 동에 있는 '마곡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6일 17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거래된 15억원보다 2억원 더 높은 수준이다.

'마곡엠밸리6단지' 전용 84㎡도 지난 1월 1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하반기 16억원대 후반에 꾸준히 거래가 성사됐는데 올해 들어 17억원을 넘겼다. '마곡엠밸리9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10일 15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 1월 거래된 14억6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들 단지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장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인근 단지로 수요가 넘어오긴 하는데 그래도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라면서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시장이 조용한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곡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으냐"며 "집주인도 예비 매수자도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편 마곡 집값이 20억원에 근접하면서 인근 정비사업 분양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마곡과 맞닿아 있는 방화뉴타운에서는 '래미안 엘라비네(방화6구역)' 분양이 예정돼 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약 17억~18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마곡 시세가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마곡지구와 방화뉴타운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방화뉴타운이 마곡지구의 대체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서구 전반적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강서구에 올해 공급되는 물량은 543가구다. 이후 2027~2030년까지는 공급이 전무한 상황이다. 강서구 적정 수요가 2745가구임을 고려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