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지금까지 최소 0.5%에 그쳤던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을 10%로 20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는 지원금액의 20% 수준이던 하한을 100%로 높여 사실상 전액 환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가중도도 기존 최대 80%에서 100%까지 확대된다.
공정위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20일간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업이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보다 과징금이 낮아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부당이득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과징금을 강화하는 것이 개정의 핵심이다.
개정안은 우선 과징금 부과 기준율의 하한을 전반적으로 상향한다. 과징금은 위반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법에서는 상한만 규정하고 실제 적용되는 기준율 범위는 고시에서 정한다. 지금까지는 고시에 규정된 하한이 낮아 실제 과징금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담합에 대한 제재가 크게 강화된다. 현행 고시는 담합의 위법성을 경미·중대·매우 중대 등 세 단계로 구분해 부과 기준율을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기준율의 출발점을 크게 높였다. 경미한 담합은 기존 0.5~3%에서 10~15%로, 중대한 담합은 3~10.5%에서 15~18%로 상향된다. 매우 중대한 담합 역시 10.5~20%에서 18~20%로 조정된다. 담합이 적발될 경우 최소 10%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부당지원 금액 또는 제공된 이익에 일정 비율을 곱해 과징금을 산정했는데 하한이 20% 수준에 그쳐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과징금 하한을 100%로 상향해 지원 금액 전액 환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상한 역시 기존 160%에서 300%로 확대해 부당지원 규모의 최대 세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가중도도 높인다. 현재는 최근 5년간 동일 법 위반 전력이 있을 경우 10%씩 가중해 최대 80%까지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1회 위반 전력만으로도 최대 50%까지 가중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하도록 바꿨다. 특히 담합의 경우 과거 10년간 한 번이라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이면 최대 100%까지 가중된다.
과징금 감경 제도는 일부 축소된다. 지금까지는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협조할 경우 단계별로 최대 20%까지 감경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조사 단계에서 협조한 경우에만 최대 10%까지만 감경받을 수 있다. 자진 시정에 따른 감경률도 기존 30%에서 10%로 줄인다.
김근성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일부 기업이 조사나 심의 과정에서 협조 여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과징금이 단순한 사업 비용으로 인식되는 관행을 막고 법 위반이 기업 전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와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늦어도 4월 말까지 개정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시행 이전에 종료된 위반 행위에는 종전 기준이 적용된다. 현재 심의를 앞둔 밀가루·전분당 담합 사건에도 기존 과징금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