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P센터에서 특허 기밀 정보를 유출해 수백억원대 특허 계약을 끌어낸 특허관리 전문회사(NPE) 임직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국내 기업의 특허 기술을 노린 NPE에 대해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전직 삼성전자 IP센터 직원 A씨와 NPE 대표 B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과 배임수재·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A씨에게 자료를 건넨 전직 IP센터 직원 C씨와 B씨가 운영하는 NPE 직원 2명, 해당 법인도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자기 NPE 사업 위해 삼성 기밀 유출NPE는 자체 생산시설 없이 특허를 확보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일반 발명자는 물론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매입하거나 라이선스해 돈을 번다. 다만 보유 특허를 바탕으로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국내 기업을 상대로 공격하는 NPE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특허 전담 조직인 IP센터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A씨는 2021년 4~6월 B씨로부터 기술 유출 청탁을 받고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듬해 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 자료를 6차례에 걸쳐 B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혐의도 적용됐다.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자료는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NPE 분쟁 대응 전략과 개별 특허 분석 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이 설립한 별도의 NPE 수익화 사업을 위해 매입할 특허를 물색하던 중 B씨에게 투자를 요청하면서 자료를 누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B씨와 해당 NPE는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3000만달러(약 430억원) 규모의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실제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해 해당 특허의 소유권과 사용권 취득 여부를 검토하게 만들었고, 협상 과정에서 A씨가 건넨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두고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떤 패를 갖고 있는지 알고 베팅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자료 건넨 동료·NPE 직원도 재판행전직 삼성전자 IP센터 직원 C씨는 2022년 12월 A씨가 B씨에게 자료를 넘길 것을 알면서도 내부 자료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A씨에게 사내 메신저로 자료를 보내면서 "NPE에는 귀중한 소스이니 500만달러를 요구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C씨 역시 IP센터를 떠난 뒤 NPE 회사를 설립했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같은 혐의로 먼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수 확인해 이날 추가로 기소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받은 100만달러를 숨기기 위해 삼성전자 감사팀에 위조된 '외국환 입금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사문서 위조 및 행사).
또 삼성전자의 특허 자료를 분석해 협상에 활용한 NPE 직원들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2년 7월과 2023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자료 검토를 지시하며 보고서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료를 전달받아 사용한 직원 2명도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수사는 삼성전자가 작년 4월 A씨를 먼저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2월 A씨와 B씨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수사를 확대해 C씨와 NPE 직원들도 재판에 넘겼다. 박 부장검사는 "최근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NPE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며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NPE의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