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는 투자를 잘 모르는 가입자도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투자상품에 자금이 운용되는 제도다. 과연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지난해까지의 데이터를 취합해 보면 현실은 다소 다르다.
현재 디폴트옵션 시장에는 319개 상품과 558개 펀드가 있다. 초저위험군 적립액은 2년 만에 약 91배 늘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제도 목표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연 수익률을 보면 초저위험군은 평균 2.6%에 그친 반면 고위험군은 14.9%로 ‘위험-보상 구조’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지만, 가입자들이 실제로는 이런 수익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좋은 상품을 찾기보다 익숙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기존 금융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은 디폴트옵션인지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위험 등급의 이름을 ‘안정형’과 ‘적극투자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