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앞두고 주가 두 배로 '껑충'…불개미들 '우르르'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입력 2026-03-08 07:01
수정 2026-03-08 07:43

이란 사태로 원유 수급 우려가 커진 가운데 허울만 남은 상장 폐쇄형 공모펀드에 개인 투자자가 몰렸다. 다음달 상장 폐지를 앞둔데다 펀드 본질 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ANKOR유전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다. 전날에도 장중 가격제한폭 상단인 611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일 한국ANKOR유전의 종가는 490원이다. 직전 주 대비 127.91% 급등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 1위다. 2위 LIG넥스원(63.85%)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ANKOR유전은 미국 멕시코만 내 앵커유전에 투자해 원유 개발로 얻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폐쇄형 펀드다. 폐쇄형 펀드는 일정 기간 자금을 유치하며 펀드 만기까지 도중에 환매가 불가능하다.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소에 상장됐다.

원유 수급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한국ANKOR유전 주가는 급등하고, 거래량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란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27일 한국ANKOR유전의 하루 거래량은 1087만4152주에 불과했다. 이번주 4거래일 기록한 일일 평균 거래량은 약 1억572만7195주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86.67~99.57% 수준으로 개인끼리 주고받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4일 상위 3개 계좌(개인)의 매수관여율이 36.84%를 기록하며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서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불거졌을 때도 세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2024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기대감이 커졌을 때도 한국ANKOR유전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 공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당시에도 한국ANKOR유전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한국ANKOR유전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미국 앵커유전의 수익성이 부진하자 한국석유공사,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2022년 앵커유전 지분 80%를 4700만달러에 처분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매각 금액에 더해 해당 펀드가 가입한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의 보험금을 보상받게 됐다. 2023년 9월 잔여 보험금도 지급됐다.

주요 자산이 매각됐고, 보험금 지급도 끝나 한국ANKOR유전은 사실상 이름만 남았다. 한국리얼에셋운용은 최근 자산운용보고서에서 "유전 자산 대부분을 매각해 MC21 필드 광구만 남았다. 하지만 MC21 필드는 인근 처리 시설 운영업체가 파산하며 2021년 9월부터 생산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ANKOR유전 펀드가 추가 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펀드 만기 이전에 배당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보험금을 지급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귀속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ANKOR유전의 존속 기간은 5월 1일까지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상장 폐지되면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자투리 자산을 판매하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ANKOR유전 펀드의 근원 가치는 주당 100원 미만이다. 현재 주가는 펀드의 본질 가치와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