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은 비싸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덧씌워진 저평가의 굴레를 벗겨내고 있는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이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주식회사, 재평가의 시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코스피지수가 글로벌 증시 가운데 손꼽히는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그 상승의 동력을 시장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례적인 상승 속도와 최근 급락 장세로 불거진 버블 논란에 대해 “이번 상승은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리레이팅(재평가)”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랠리’라는 일각의 주장에 “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반도체 사이클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의심도 무리는 아니다”면서도 “깊게 들여다보면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상승에 반도체 영향이 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산업 구조 재편과 자본시장의 질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현재 세계 경제가 거대한 투자 사이클 위에 올라 있다고 진단하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장, 군비 지출 증가, 에너지 운송 인프라가 그 중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점은 이 네 분야 핵심 공급망에 모두 한국 기업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라며 주요 기업 이름을 열거했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고, 전력망 투자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이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운송 인프라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장악했다. 방위산업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 실장은 “한국은 지금 세계 산업의 핵심 병목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독보적인 나라”라며 “우리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계산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고려하면)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제값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결정적인 변화는 자본시장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배당과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확대되는 중이고 이 같은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