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온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꺼내 든 무역법 122조 기반 관세도 무효 소송에 직면했다.
댄 레이필드 미국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오리건,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욕 등 24개 주가 참여하는 관세 무효 소송을 국제무역법원에 제기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24일부터 부과된 무역법 122조 기반 관세를 겨냥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50일간 글로벌 관세 15%를 매긴다는 내용이다.
소송 원고 측은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한 경우 등 제한된 상황에서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로 제시한 무역 적자는 국제수지 적자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하며, 금융 분야 순유입 등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원고 측이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한 점도 문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미국이 오히려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해당 법률에 따른 관세가 제정 이후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다만 이번 소송은 IEEPA 관세를 둘러싼 소송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많다. 신동찬 율촌 파트너변호사는 “IEEPA에는 ‘규제’라는 표현만 있을 뿐 관세 부과 권한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이것이 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한 주원인 중 하나였다”며 “무역법 122조는 ‘관세’를 직접 언급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항을 근거로 관세를 매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EEPA 소송에서는 해당 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번 소송에서는 관세 부여 권한 자체는 명확하지만,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할 만한 상황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무역법 122조에 따른 관세는 최장 150일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률에 근거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 벌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소송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122조는 일종의 ‘징검다리 관세’”라고 말했다. 법원의 무효 판결이 나올 때면 150일 기한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허 교수는 “이후에는 무역법 301조 기반 관세로 빠르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이미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